"中양회 열린다"…뜨거워지는 철강·화학주

대규모 경기 부양책 시행 기대감
올 동국제강 36%·현대제철 17%↑
KRX 철강지수도 16% 상승기류
LG화학·금호석유는 두자릿수 쑥
"부동산 침체 지속…유의를" 지적도


중국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경기 민감주로 분류되는 철강·화학주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다음 달 양회를 계기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다. 다만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 우려로 연말까지 강한 반등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철강지수는 올 들어 16.4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9.70%)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개별 종목들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동국제강(001230)은 36.32%, 현대제철(004020)은 17.16% 각각 상승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등에 업은 포스코홀딩스(POSCO)는 25.14% 올랐다.


화학주들도 뜀박질을 하고 있다. LG화학(051910)이 11% 이상 올랐고, 효성티앤씨(298020)(29.00%)와 금호석유(011780)(22.54%)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들 종목을 순매수하며 수급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 화학주인 LG화학은 올 들어 외국인이 1680억 원을 사들이며 개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냈다. 동국제강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0억 원, 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철강·화학주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중국이 3월 4일 열릴 양회에서 대대적인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연초 ‘제로 코로나’의 빗장을 풀기는 했지만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의 1월 생산자물가(P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8% 하락했고 생산재는 물론 소비재 물가마저 내렸다.


수요 회복 역시 서비스업에만 국한하며 제조업까지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미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사실상 자생적인 경기 회복 힘이 약함을 시사한다”며 “이는 반대로 경기 회복을 위해 정책 당국이 경기 부양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우호적인 재정 정책이 그간 짓눌렸던 국내 철강·화학 업종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철강 업계의 경우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와 같은 구조적 위험 요인이 해소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팔리지 않은 철강재가 국내로 유입되면 국내 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중국에 수출 물량 절반 가까이를 의존하고 있는 화학 업계에도 중국의 부양책은 고무적인 소식이다. 의류와 전자제품·식료품 등 대부분의 소비재에 화학 원료나 포장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 소비가 살아날 경우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과거 경기 부양의 기치를 내걸었던 양회를 계기로 주가가 급등했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양회를 앞두고 직전 1개월 중국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면서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철강과 비철금속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상승세가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강세였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기의 추세적인 반등을 예상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적된 중국 부동산 거품과 부채 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정부 재정과 금융시장으로 여파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회복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되려면 부동산 경기 반등이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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