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부실채권 시장 다시 열린다" 투자 보폭 넓히는 이지스자산운용 [시그널人]

■오윤석 AI부문 이사 인터뷰
반토막난 NPL시장 올해 5조 원 수준 기대
자금 조달 어려운 단일 자산·경공매까지 투자
상반기 내 4호 펀드 조성 목표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쪼그라들었던 부실채권(NPL·Non-Performing Loan) 시장이 올해 두 배 가까이 커질 겁니다. 우리는 상반기 NPL 4호 펀드를 30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별도의 스페셜시츄에이션1호펀드(특수상황펀드·Special Situation&Distressed Fund) 결성을 위해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오윤석 이지스자산운용 AI부문 이사/오승현 기자

20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 만난 오윤석 이지스자산운용 AI(Alternative Investment·대체투자) 부문 이사는 금리 인상과 공사비 이슈로 올해 부동산 투자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NPL이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 채권을 가리킨다.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많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계약금을 걸고 사업 부지를 잇따라 사들였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삽조차 뜨지 못하는 빈 땅이 늘어나고 있다. 착공 후 본격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이뤄져야 브릿지론의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으로 개발 현장의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권의 브릿지론(단기대출) 규모는 14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오 이사는 부동산 감정평가법인과 자산운용사 등을 거치며 다수의 NPL 매수·매도 자문을 해온 전문가다. 삼창감정평가법인과 가람감정평가법인을 거치며 경매와 보상, 자산재평가, 담보, 오피스 빌딩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에 대한 평가 업무를 담당했으며 유진자산운용에서는 채권 원금 기준 4조8000억 원 규모의 NPL 자산을 투자 검토하고 관리했다. 이지스자산운용에는 지난 2016년 AI본부가 신설될 당시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오 이사가 재직한 7년 동안 AI부문은 4명에서 23명으로, 운용규모는 지분투자 기준 7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간 NPL 누적 투자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연간 5조 원에 달하던 NPL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4000억 원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정부 주도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가 이뤄지면서 물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서울 청담동 금싸라기 땅마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공매로 나오는 형편이다. 오 이사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1금융권 매각 물량만 벌써 작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수준"이라며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단일 자산이나 경공매 자산까지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클로징한 합정역 역세권 700평 부지가 대표적이다. 수익성 악화로 착공하지 못하고 브릿지론만 두 번 이뤄진 사업장이지만 오피스텔에서 오피스 및 근생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고 요구 수익률을 높여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을 완료했다. 오 이사는 "우수한 입지 대비 토지 매입 가격이 낮아 가능했다"며 "인허가가 늦어지는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발생해도 이지스자산운용의 개발팀과 협의해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초역세권인 만큼 추후 리테일 입점을 염두에 둔 기업들도 투자자로 참여키로 했다.


기관투자가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새마을금고 등이 출자했고 연기금 및 공제회와 캠코(자산관리공사)도 자금을 맡길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중국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등 외국계 자금들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오 이사는 "NPL 투자의 경우 깨진 유리창 이론(도심 내 부실자산이 방치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 등 도시재생 효과가 있어 연기금·공제회 등 공적자금의 투자 명분이 있다"며 "올해 시장이 커지면서 장기투자가 가능한 보험사 등 금융기관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