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이 금융권을 향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 몰두하면서 중소기업인들이 높은 대출금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성과급 돈잔치에 나섰다는 여론에 중소기업계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6개 중기 단체로 꾸려진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권의 고통 분담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자금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까지 급증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반면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 달성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대출은 2019년 말 716조 원에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2022년 말 953조 원으로 급증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도 2019년 말 685조 원에서 2022년 3분기 말 1014조 원까지 늘었다. 반면 지난해 5대 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전년도보다 35% 증가한 1조 3823억 원으로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지난 5년간 인건비가 너무 상승해 중소기업들도 투자를 안 하는 상황인데 (은행 성과급)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업을 경영할 마음이 안 난다”고 언급했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 15~17일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인들이 대출 시 겪는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85.7%)를 꼽았다. 서류제출 요구(20.7%), 대출한도 부족(12.7%), 대출금 일부 상환 요구(7.0%) 등의 어려움보다 금리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재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는 5.65%로 작년 1월(2.93%) 대비 2.72%포인트가 올라 기준금리 인상 폭(2.25%포인트)보다 크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경우도 59.0%를 차지했다.
이에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금융권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를 즉시 인하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권이 성실히 이행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리부담 완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상생 금융 정책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