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학생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김모(61)씨의 일화가 공개됐다. 김씨는 최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확인한 삼청교육대 강제 입소 학생 600여명 가운데 한 명이다.

학생 삼청교육은 고(故) 전두환 씨의 계엄사령부 계획에 따라 1980년 9월 20일~10월 18일까지 제11공수여단에서 자행됐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중 삼청교육 대상자로 신고당해 피신하다 경찰에 붙잡혔고 약 한 달 간 유치장에 구금됐다. 이후 18살의 나이로 버스에 실려 강원도 화천 오음리의 제11공수여단 62연대 산하 유격훈련장에 입소했다.

김씨는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버스 안에서 총을 든 군인들이 창밖을 보지 말고 고개를 숙이라고 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버스에 함께 탄 이들도 하나같이 앳된 얼굴의 학생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구타부터 시작됐다. 군인들은 기합 소리가 안 맞거나 목소리가 작다는 등 온갖 트집을 잡아 마구 구타했다고 한다.

김씨는 “훈련장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은 순간부터 총을 찬 군인들이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눈 감고 귀 막고 그렇게 매질을 당했다. 연병장으로 가는 계단을 기어서 내려가라고 시키고는 느리다고 또 때렸다”라고 말했다.

하루는 중대장의 군홧발에 차여 연병장 끝에서 끝까지 100ｍ 거리를 뒷걸음친 적도 있었다.

김씨는 “살면서 그렇게 맞은 적이 없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악몽”이라며 당시 고통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김씨는 퇴소하고 20년이 지나 우연히 그 중대장을 만났고 단번에 알아봤다. 그는 “그를 따라가 ‘왜 그랬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고된 훈련과 매질에 더해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김씨는 “한 어린 학생이 식당에서 고기 몇 점을 집어 주머니에 몰래 넣고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화장실 가서 먹는 걸 봤다”며 “지금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6월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받은 삼청교육이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진실화해위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청소년만 모아놓은 삼청교육대가 있었다는 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라며 “국가의 공식 사과도 받고 싶지만 그보다 이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