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 기자재 기업이 집적해 있는 부산광역시 강서구의 미음일반산업단지에는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친환경 선박용 고온제어 밸브를 제조하는 디에이치콘트롤스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디에이치콘트롤스는 국내외 내노라하는 조선 관련 기업들 모두에 납품할 만큼 기술력에 대해선 자부심이 쌘 강소기업으로 통한다. 특히 자체 설계부터 차체 생산, 도장, 조립, 최종 테스트까지 선박 기자재를 만드는 전 공정이 갖춰진 본사는 디에이치콘트롤스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곳이다.
공장에 들어서자 디에이치콘트롤스를 이끌고 있는 진종근(사진) 사장이 직접 나와 디에이치콘트롤스만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실제 2009년 3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기존의 과열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 중심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창업이념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달랑 직원 3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주변의 만류와 곱지 않은 시선에도 국제해사기구(IMO)의 안전규제를 염두에 두고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해 3년여 만인 2011년 세계 최초로 ‘스크류 다운 밸브’를 개발하면서 국내외 조선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시에 판로가 열리면서 2012년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지정되고 국내외 대기업의 1차 벤더로 이름을 올렸다.
진 사장은 “선박의 평형수를 조절하는 장치인 스크류 다운 밸브는 고부가가치 제품이지만 어떤 기업도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거래처에서 개발비만 날린다며 우리를 말렸다”면서 “결국 갖은 노력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제품을 받아가겠다고 먼 유럽에서 직접 찾아오는 등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고 했다. 덕분에 부산지역 스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예비유니콘 후보기업 선정, 산업통산자원부 소부장 산업진유공 표창 수상 등을 받으며 국내 중소기업 중 최고수준 기술력을 갖춘 조선·해양 기자재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150억 원을 기록한 디에이치콘트롤스가 2025년 매출 목표는 500억 원으로 높여 잡은 것도 이러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특히 규제와 불황을 성장의 제한으로 보지않고 더욱 과감한 기술투자와 개발에 나선 것은 또 하나의 승부수가 됐다. 2년 전에는 창원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옮겨 생산시설과 경영조직이 하나로 합쳐져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생산기반도 구축했다.
그는 “선박용 친환경 기자재는 기존 제품과 달리 새로운 배를 건조하지 않아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다”며 “환경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현재 운행하는 배들도 반드시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황과 규제 속에서도 역발상으로 승부에 나선 것”이라고 귀뜸했다.
진 사장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꿈 실현을 위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디에이치콘트롤스의 주력 제품이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흐름을 제어하는 밸브와 이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 분야다. 선박의 안전과 환경 오염을 해결할 제2의 ‘스크류 다운 밸브를 만들어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이 제품은 세계 최대 선박엔진 메이커사 만(MAN)으로부터 우수한 내구성과 작동안전성을 인정받아 국내외 조선업계 주요 대기업에 납품 중이다.
그는 “환경과 규제 관련 이슈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높다”며 “새로운 규제는 신규 설비와 장치, 시스템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투자와 개발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이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