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찾는 바이든, 美軍 영구배치 논의

[우크라전쟁 1년 앞두고 20~22일 폴란드 방문]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방안 주목
지원 필요성 환기하고 동맹 규합
우크라 방문은 보안 위험에 무산
몰도바선 천러시아 성향 시위도

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외교·국방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바르샤바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목전에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쪽 최전방’인 폴란드를 찾는다. 전쟁 장기화로 ‘지원 피로감’이 번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서방 동맹을 다시 규합하기 위한 방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는 폴란드의 숙원이나 마찬가지인 미군의 폴란드 영구 주둔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 현지 시간으로 21일 수도 바르샤바에 도착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담한다. 순방 첫날 저녁에는 연설에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해온 노력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순방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폴란드·체코·루마니아 등 나토의 동쪽 전방 국가들로 구성된 ‘부쿠레슈티 9개국’ 정상들과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극비리에 우크라이나 쪽 국경을 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보안 위험으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동맹을 규합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이날 미 CBS방송에 “(폴란드 주둔) 미군을 증강 및 영구 배치하는 방안을 바이든 대통령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이에 대한 발표가 있을지 주목된다. 폴란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 반도 병합 이후 안보 위협이 커지며 미군의 영구 주둔을 추진해왔다. 이에 미국은 순환 배치 병력을 증강하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영구 주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만약 실제로 영구 주둔이 이뤄지면 나토 동쪽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첫 사례여서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유럽에 전투병력을 주둔시키지 않기로 한 1997년 러시아와 나토 간 합의에 따라 전투부대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 방안’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직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나토가 그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지금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일정한 형태의 안전보장 내용을 갖춘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영국·프랑스 등 나토 강대국들이 군사 지원을 하도록 구속하는 내용의 안전보장을 요구해왔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내용이지만 미국·독일이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이번 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남쪽 국경을 맞댄 ‘소국’ 몰도바에서는 19일 친러시아 성향의 시민들이 수도 키시너우에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최근 산두 대통령이 ‘러시아가 몰도바를 전복시키기 위해 공작원들을 보냈다’고 주장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몰도바는 친러 분리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러시아가 이미 실효 지배 중이어서 ‘러시아의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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