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에서 미달됐던 일부 단지들이 선착순 분양에서 선방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좋은 동·호수를 계약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새벽에 텐트를 치고 줄을 서거나 웃돈을 주고 순번표를 거래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20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2886가구)는 이달 13~17일 정당계약 기간을 마치고 19일 선착순 분양에 돌입했다.
이 단지는 1·2순위 청약에서 경쟁률(0.30 대 1)이 1 대 1을 밑돌면서 무순위 청약을 건너뛰고 곧바로 선착순 분양을 시작했다. 앞서 이 단지는 청약 성적이 저조하자 수도권 대단지 가운데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0% 할인 분양을 결정했다.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일반분양 물량(1150가구)의 90% 이상이 미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음에도 선착순 분양이 시작되자 단지 인근 모델하우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가장 먼저 ‘로열동·로열층(RR)’ 물건을 계약하기 위해 새벽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는 ‘밤샘 텐트족’도 등장했다. 10번 이내 순번표에 10만~50만 원가량 웃돈도 붙었다. 순번표 거래는 불법이지만 분양권 전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이 클 경우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침체된 청약 시장 분위기에도 선착순 분양을 통해 ‘완판’되는 단지들이 생기고 있다. 지난달 10~11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음에도 완판에 실패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2840가구)’는 지난달 25일 선착순 분양에 돌입해 사실상 완판됐다. 이달 9~14일 온라인을 통해 선착순 분양을 하고 15일 번호표를 배부한 경기 광명시 철산동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도 20일 기준 90% 이상이 계약됐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10번 이내 순번표에 1000만 원가량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일반 청약과 무순위 청약에서 미계약된 물량들이 선착순 분양을 통해 주인을 찾게 된 배경에는 자격 요건의 차이가 있다. 일반 청약은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한편 무순위 청약부터는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선착순 분양은 이에 더해 계약률 등이 공개되지 않으며 주택 소유 여부, 거주지 제한이 없어 전국구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내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렸다”며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도 지역의 대장 단지라면 청약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