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 국채 4% 근접”…“월마트 소비둔화 전망”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국 최대 대형 마트인 월마트가 향후 매출 둔화를 예고했다. 월마트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기준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국채금리가 치솟고 월마트와 홈디포의 소비 둔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50%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00%, 2.06% 떨어졌는데요. 이날 7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다우는 올 상승분을 모두 지웠고 S&P500은 종목의 90% 이상이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한때 연 3.962%를 기록했는데요.


지정학적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월가에서는 증시에 관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형 소매업체들의 실적과 금리,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월마트, 4분기 좋았지만 올해는 시장 전망 하회 가능성”…“홈디포, 시간제 직원들 임금인상에 10억 달러 지출”

우선 미국 최대 대형 마트인 월마트 실적부터 보죠. 이날 4분기(2022. 11~2023. 1) 실적을 내놓은 월마트는 조정기준 주당순이익(EPS)이 1.71달러로 레피니티브 전망치 1.51달러를 웃돌았는데요.


매출도 1640억5000만 달러로 예상(1597억2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휘발유를 제외한 동일매장 매출도 8.3%나 증가했는데요. 미국 내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판매도 전년보다 17% 급등했습니다. 월마트는 “싼 가격의 식료품과 선물, 가정용품을 원하는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결과”라며 “월마트 슈퍼센터와 샘스클럽에서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버는 이들을 포함해 전반적인 고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골치를 썩었던 재고는 1월 말 현재 565억7600만 달러로 1년 전(565억1100만 달러)과 비슷한데요. 3분기만 해도 전년 대비 12.56%의 급증세를 보였는 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올리버 첸 코웬의 선임 소매 애널리스트는 “월마트가 고소득 소비자들을 유치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이번 분기에 전년 대비 재고가 늘지 않았다(flat)는 점은 월마트가 더 좋은 위치에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는데요. 분기실적은 예상을 깼고 고객층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재고에서도 개선의 움직임이 있는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핵심 지표인 동일매장 매출이 약해질 것으로 나오는 거죠. 월마트는 다가오는 회계연도(2023. 2~2024. 1)에 휘발유를 뺀 동일매장 매출이 2~2.5%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스트리트어카운트에 따르면 이는 애널리스트 전망치 3%를 밑돕니다. 블룸버그 집계치는 3.1%인데요. 월마트는 EPS의 경우 시장 예측 6.50달러보다 낮은 5.90~6.05달러를 예상했습니다.



월마트 4분기 주요 실적 내용. 월마

이는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에 소비자들이 구매품목을 일반 상품에서 음식과 소모품 쪽으로 더 많이 전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꼭 사야 하는 것만 산다는 겁니다. 월마트가 버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식료품이죠.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에) 큰 압력을 받고 있다”며 “경제지표를 보면 대차대조표는 축소되고 있으며 저축률은 감소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올해 전망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라고 전했는데요.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월마트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월마트에는 좋을지 몰라도 전체 경제 측면에서 보면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이날 홈디포도 4분기(2022. 11~2023. 1)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EPS가 3.30달러로 전망치(3.28달러)를 소폭 상회했지만 매출이 358억3000만 달러로 전망치(359억7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특히 홈디포는 “인플레이션이 견고하고 금리가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출에 신중해지고 있다”며 “향후 동일매장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월마트와 홈디포의 가이던스는 미국의 소비가 둔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건데요.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다는 점이 확실히 확인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이후에는 소비가 계속 버텨야 소프트랜딩이나 노랜딩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난 겁니다. 이것이 이날 투자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줬죠.


CNBC는 “월마트와 홈디포가 소비둔화에 대비하고 있다”며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 같은 백화점은 상황이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은 3월2일 실적을 공개합니다.


이날 홈디포는 시간제 직원 급여인상에 10억 달러를 쓴다는 점도 밝혔는데요. 홈디포는 미국에만 약 43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월마트는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4달러로 인상한다고 했는데요. 이 같은 상황은 고용시장이 타이트하며 임금인상 요인이 남아있음을 뚜렷이 보여줍니다.


“S&P 2월 서비스업 PMI 50.5 확장세 8개월 만에 회복”…“봄방학 맞아 항공요금 급등 전년 대비 20%↑”

미국의 소비·경기와 관련해 이날 S&P 글로벌의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왔는데요. 2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가 50.5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치도 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었는데요. 이 또한 8개월 만입니다. 1월(46.8)은 물론이고 시장 전망치(47)도 뛰어 넘었는데요.


제조업 PMI는 47.8로 여전히 위축이지만 넉 달 만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1월(46.9)과 월가 예상치(47.6)를 모두 웃도는데요. 종합치도 50.2로 8개월 만의 최고입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수석 기업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와 생활비의 역풍에도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지났고 경기침체 우려가 옅어졌다는 판단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강조했는데요.


공급관리협회(ISM)의 수치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지만 S&P 글로벌의 PMI는 서비스업이 강함을 보여줍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견고함을 뜻하지만 동시에 서비스업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그동안 강한 경제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소프트랜딩(연착륙)과 노랜딩의 근거로 쓰였죠. 하지만 고용보고서에 이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판매, PPI까지 본 다음에는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데요. S&P 자료는 긴축 우려를 좀 더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911%였던 10년 물 국채금리가 이날 오전9시45분 S&P 자료가 나온 이후 상승폭을 3.95% 수준으로 키운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레이몬드 제임스의 엘리스 피퍼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고 있고 추가로 나오는 뉴스들은 경제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채권시장은 리스크를 약간 더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종합 PMI 추이. S&P 글로벌

주택시장에서도 약간의 긍정적 신호가 있는데요.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0.7% 감소한 연율 기준 400만 채였습니다. 이는 월가 전망치 407만 채보다 적은데요. 2010년 10월 이후 최저치이면서 12개월 연속 감소입니다. 연속 감소 기록은 1999년 이후 가장 깁니다.


다만, 판매 감소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의견이 있는데요. 지난해 12월에는 전월 대비 -1.5%였습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판매가 바닥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죠. 오피스 빌딩의 채무불이행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택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요.


유럽도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습니다. 유로 지역의 2월 S&P 글로벌 종합 PMI가 52.3으로 1월(50.3)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영국의 종합 PMI는 48.5에서 53.0으로 크게 높아졌는데요. 8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영국, 유로지역 서비스 부문의 활동 증가를 보여준다”며 “세계경제가 겨울에 회복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 에드 야데니는 미국만 놓고 보면 △연착륙 확률 40% △물가상승률 감소+노랜딩 20% △하드랜딩 20% △물가상승 유지+노랜딩 20% 등이라고 점쳤습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는 약간 더 높고 인플레이션은 3~4%로 떨어지며 채권금리도 둔화하는 소프트랜딩 가능성이 40%다. 이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은 좋게 상승할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 감소(디스인플레이션)와 노랜딩 시나리오에서는 실질 GDP가 2~3%가 될 것이며 강한 경제에 최종금리가 5.50~5.75%가 될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핵심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소비입니다. 이중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는 4월 미국의 봄방학을 맞아 여행요금이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여행 애플리케이션 호퍼는 3~4월 왕복 미국 국내선 항공료가 평균 264달러로 1년 전보다 20%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외여행 수요도 많습니다.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요건이 폐기된 뒤의 첫 봄방학이기 때문인데요. 미국에서 멕시코와 중미로 가는 3~4월 왕복항공편이 평균 536달러로 지난해보다 60% 높고, 카리브해로 가는 편은 38%, 유럽은 45%나 비싸다고 합니다.


“미 증시, 1분기가 올해 최고치일 수 있어 랠리 희미해질 것” vs “상승 기회 아직 있어 경제 높은 금리에도 버틸 수도”

여행비용이 전부는 아니지만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는 항목들이 분명 있는데요. 연장선에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에릭 존스톤은 “미국이 침체를 겪지 않거나 소프트랜딩이나 노랜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경제 지표는 지금으로부터 6~12개월 뒤가 어떨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고용이나 소비가 좋아도 6~12개월 후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미슬라브 마테예카 JP모건 전략가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연준이 1년 동안 5%p가량의 금리인상을 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2년 정도 지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침체가 테이블 위에서 사라졌다고 믿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우리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증시 상승요인이 입증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1분기가 올해 최고치일 수 있다. 랠리가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더 많은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우리는 지금이 주식 인덱스를 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별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마이클 윌슨은 “미국 주식의 위험 보상이 매우 나쁘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데스존(death zone)에 들어섰다”며 S&P500이 수개월 내 26%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그는 계속해서 상반기에 S&P가 3000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인물입니다. 애버딘의 제임스 애티 투자 디렉터는 “어닝이 생각보다 빨리 감소하거나 경제가 강한 결과 경기침체가 곧 올 수 있다”며 “지금 주식을 사는 것은 동화를 위해 현실을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추이. WSJ 화면캡처

현 상황에서는 장기 중립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간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이 최종금리(terminal rate)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장기 중립금리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며 “이는 장기 평가에 역풍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중립금리란 물가를 더 자극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에 도달할 수 있는 금리입니다.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경기를 둔화시키는 제약적 수준이 되죠. ‘최종금리 상승=경제둔화에 더 높은 정책금리 필요=중립금리도 상승 가능성’이 될 텐데요. 향후에도 연준의 금리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어 이것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미국 경제가 강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데요. 크리스 허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10년 만기 국채가 4%를 오르내리더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높은 금리에서 경제활동을 잘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추가적으로 0.75%p의 금리인상만이 남았기 때문에 경제는 탄탄하게 남아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KKM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킬버그도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증시 하락에도 긍정적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수준은 (나중에 떨어질 수 있어) 엄청난 증시 매수기회다. 시장은 아직 떠오를 힘이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반면 이토로의 캘리 콕스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10년 만기 금리가 곧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 국채금리 상승이 주식에 대한 경고라고 봤습니다.


현재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한데요. 현지시간 내일(22일) 오후2시에 나올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인상 및 최종금리에 관한 얘기가 얼마나 나올지가 단기 관건이겠습니다. FOMC 의사록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은 꼭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방송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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