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간부의 뇌물 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금품 공여자 측의 구체적인 수사 무마 청탁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김선규 부장검사)는 전날 피의자인 서울경찰청 김모 경무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대우산업개발 측으로부터 수사 무마 명목으로 3억원 가량의 금품을 약속받았다’고 적었다.
대우산업개발을 겨냥한 경찰 수사는 지난해 1월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관련 언론보도를 근거로 대우산업개발이 조직적인 분식 회계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상과 한재준 대표이사, 재무 담당자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같은 해 4월 대우산업개발 인천 본사와 서울지점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이처럼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압박을 받은 대우산업개발 측이 당시 강원경찰청에서 근무 중이던 김 경무관에게 접촉해 수사를 무마해주면 3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수락한 김 경무관이 수사 담당자였던 금융범죄수사대 A 계장에게 청탁을 전달했고, 그 대가로 대우산업개발 측에서 수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김 경무관과 A계장은 2019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전날 공수처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도 포함됐다. A 계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공수처는 전날 압수수색과 포렌식 과정에서 관련 기록 등 증거들이 삭제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 인멸이 의심되는 만큼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의 대우산업개발 수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A 계장은 인사이동 이전인 이달 1일 이 회장과 한 전 이사에 대해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대부분 소명된다"면서도 "제반 증거가 확보됐고,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이달 8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