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식품 업체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펜데믹 기간 북미와 유럽 지역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라면과 만두를 즐기는 현지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가요 등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진 덕이다. 이 기세를 몰아 국내 식품 업체들은 해외 공장을 증설하고, 현지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농심(004370)의 라면 매출은 2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북미와 중국 등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2019년 해외 비중은 37%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1년 40%를 돌파한 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대로라면 오는 2025년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농심의 라면 해외 매출은 내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내부 전망이다.
‘불닭볶음면’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삼양식품(003230)은 이미 해외 매출이 내수를 뛰어넘었다. 2019년 전체 매출의 50%를 돌파한 수출 비중은 2021년 60%를 찍고 지난해 68%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불닭볶음면은 강한 매운맛으로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미 시장까지 빠르게 파고들며 K푸드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의 식품 부문 역시 한국 밖에서 올린 매출 비중이 지난해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리온(271560)도 ‘본진’인 중국 외에 베트남과 러시아 지역 매출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해외의 매출 기여도가 67%까지 높아졌다. 2022년 오리온의 베트남과 러시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0%, 80%가량 늘었다.
K푸드 세계화의 성공 요인으로는 ‘현지화’가 꼽힌다. 맛과 품질은 지키되 현지인 입맛에 맞는 재료와 용기로 시장을 공략해 특별식 아닌 일상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은 고수를 좋아하는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비비고 만두에 고수를 넣은 ‘비비고 치킨&고수만두’를 팔고 있다. 농심은 전자레인지 조리가 일상화한 미국에서만 유일하게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신라면 컵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식품 업체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당장 소비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각종 원가 부담은 커지는 데 반해 가격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해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 이상 뛰며 선전했지만, 국내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전체 영업이익 신장률은 13%대에 그쳤다.
‘나라 밖 매출 호조’에 관련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농심은 올해 베트남과 인도, 일본에서 신라면을 제외한 ‘다른 라면 제품 띄우기’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제2 공장 가동을 통해 멕시코 시장 공략에 나서 5년 내 시장 3위 브랜드로 안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호주, 태국, 일본에 위치한 공장 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기존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해외법인 추가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 오리온은 올해 인도 라자스탄 공장에 ‘초코파이’ 생산 규모를 키우고, 스낵 라인도 신설해 현지 스낵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