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쪽 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표대결 촉각

이사진 11명 중 5명 교체 예정
내달 주총서 국민연금 선택 주목


고려아연(010130)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인 최 씨 집안과 장 씨 집안 간 대결이 이번에는 이사회 장악을 향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절반 가까운 이사들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양측의 지분율이 엇비슷해 주총 표 대결에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가 될 국민연금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5명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이사가 교체된다.


이사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현 경영진인 최윤범(29.14%) 고려아연 회장 측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사내이사 후보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과 박기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 기타비상무 이사로 내정된 최내현 알란텀 대표는 최 회장 측 인물이다. 최내현 대표는 최 회장의 사촌이자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임기가 아직 남은 6명의 이사까지 포함하면 이사 9명을 최 회장 측이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지분율로 보면 최 회장 측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형진(31.95%) 영풍(000670)그룹 회장 측 지분이 소폭이나마 더 많기 때문이다. 만약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면 장 회장 측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을 통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소액주주는 장 회장 측에 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 측과 장 회장이 측이 지난해 말 경쟁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8.75%)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는 것도 양측 간 지분율이 엇비슷해서다. 일단 국민연금은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2012년과 2015년은 물론 지난해에도 장형진 고문의 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장 고문의 과도한 겸직이 문제가 됐다. 고려아연이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해 온 만큼 소액주주들이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표 대결 결과는 예측 불허인 셈이다.


최 씨 집안과 장 씨 집안은 비교적 조용한 가풍으로 공동 경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 회장의 신사업 전개로 의견 충돌을 빚으면서 관계가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신재생·그린수소 에너지와 2차전지 소재 산업, 리사이클링 자원 순환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부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을 놓고 장 회장 측과 갈등을 겪으며 관계가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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