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048260) 지분 공개매수 마감 시한이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 같은 방식이 향후 인수·합병(M&A) 업계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지난해 말 상장사 M&A의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결정했고 앞으로는 법을 통해서도 명시할 예정이어서 이런 예상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사례는 정부 발표 뒤 나온 첫번째 공개매수 M&A였다는 점에서 사모펀드(PEF) 업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일부 PEF 운용사들은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사례를 뼈대로 기업에 매각 컨설팅을 시작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최근 경기 위축 등으로 기업 사정은 어려워진 반면, 대규모 펀드를 보유한 PEF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공개매수 신 트렌드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 컨소시엄이 진행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공개 매수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주당 19만 원을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유니슨컨소시엄은 이미 목표 최소 수량(239만주, 약 15.4%)을 훨씬 상회하는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주주인 KCGI(6.92%)와 KB자산운용(3.47%)은 이미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밝힌 상태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컨소시엄이 최대치로 제시한 물량(1117만주, 약 71.8%)을 확보해 목표했던 상장 폐지까지 실행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컨소시엄 측은 앞서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지분 18.9% 중 9.3%와 최 회장의 두 자녀가 최근 증여 받은 전환사채(CB) 51만6315주까지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 최대 90.7%를 확보하면 거래소와 상장 폐지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매수하고 개인은 매도 물량이 많았다"면서 "차익 거래에 능한 헤지펀드들이 개인 물량을 받아 공개매수에 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18만 원대를 유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아래에 형성되어 있으면 헤지펀드들이 더욱 활발히 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헤지펀드들이 공개매수가 예정된 종목을 현금 차입을 통해 대거 사들인 뒤, 이미 확정되어 있는 가격에 파는 차익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응할 시 장외 거래로 분류되는 것도 이번 딜(Deal)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일반 개인이 장외에서 주식을 거래하면 양도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상장 주식 처분시에는 양도세가 면제됨에 따라 차익이 어느 정도 결정된 최근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았고 이 물량을 헤지펀드 등 기관들이 받아갔을 것이란 해석이다.
PEF 업계에선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사례를 바탕으로 공개매수형 M&A 검토에 속속 나서는 모습이 포착된다. 한 운용사 대표는 "그동안 공개매수 방식으로는 M&A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해 쉽게 택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오스템임플란트 딜을 참고해 일부 기업에 케이스 스터디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국내에서 진행된 공개매수 중에서도 실패 사례는 적지 않게 나왔다. 2003년 금강고려화학(KCC(002380))이 추진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8% 공개매수나 2008년 옛 우리투자증권 PEF 마르스제1호의 샘표식품(248170) 공개매수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아 있다.
이번 오스템 공개매수가 운용사들의 스터디 대상에 오른 건 정부가 상장사 M&A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법 개정을 거쳐 2024년 시행이 목표다. 앞으로 상장사 경영권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려면 매수인이 소액주주 지분까지 추가 매입해 총 50%+1주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소액주주 연대 기류도 강해지자 추후 공개매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달 초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경영권 인수 작업에 나선 하이브가 곧장 두 번째 공개매수 타자로 나서는 등 이런 분위기는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운용사들이 기업 가치가 낮아진 최근 흐름을 틈타 M&A에 더 적극 나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올 해 MBK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PEF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전체 20조원에 달하는 펀드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에 최대주주가 지분을 쉽게 넘겨버린 사례가 바로 최근 벌어진 오스템과 SM엔터였다"면서 "비슷한 모습이 향후에도 계속 나오게 되면 실탄이 있는 PEF들이 포식자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개매수 관련 시장이 크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 증권사 간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매수 업무는 오프라인 창구에서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에 지점망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나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사이 각축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를 주관하고 있는 NH투자증권(005940)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등 다른 대형 증권사도 경쟁자로 속속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최근 하이브가 진행중인 SM엔터 공개매수 주관사 업무를 따내며 이번 딜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이브와 함께 SM엔터 경영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035720)를 대리해 대항 공개매수 주관사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 공개매수 주관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지점망을 넓게 갖추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나 KB증권 등 나머지 대형 증권사들도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 딜은 계좌 수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해당 기업이나 PEF와 부수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IB 업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