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32조 적자 쇼크, 탈원전 폭주·포퓰리즘 전철 밟지 말아야

한국전력공사가 사상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한전은 지난해 누적 영업 손실이 32조 603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는 10조 767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나타내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h당 총 19.3원 인상했지만 외려 한전의 적자 규모를 더 키웠을 뿐이다.


한전은 적자 급증의 원인에 대해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늘고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에 따른 전력 도매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적자는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탓이 크다. 문 정부는 원료 공급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연료비가 폭등하는 와중에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대신 값비싼 LNG 발전 비중을 높여왔다. 더욱이 문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한전으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요금 인상을 요청받고도 한 차례만 승인했다. 표를 잃을까 봐 요금 인상을 끝까지 외면하면서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린 것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 문 정부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 폭주에 대해 사과하고 에너지 정책 정상화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미뤘던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현실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올 1분기 전기 요금을 ㎾h당 13.1원 올렸을 뿐 물가 부담을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설 모양이다. 요금을 제때 현실화하지 않으면 시장 구조를 왜곡하고 손실만 더 키울 뿐이다. 민생 경제가 엄중하지만 무리한 공공요금 억제에서 벗어나 점진적 인상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취약 계층 보호 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전 부실화는 낡은 이념에 얽매인 잘못된 정책에는 값비싼 대가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고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문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한전은 비핵심 자산 매각 등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무르지 말고 임금 동결이나 인적 구조 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고통 분담과 에너지 절감 운동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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