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에 선생님이 또 있다?…AI 디지털교과서는 무엇

이북 수준 교과서 벗어난 'AI 교사' 역할
2025년부터 학년·과목 단계적으로 확대
교사연수·학습격차·인프라 구축 등 우려도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 모습. 사진 제공=서울시교육청

#2025년 새 학기 서울 A초등학교의 수학 시간. 수업 시작 종이 울리자 민성이는 종이 교과서 대신 학교에서 나눠준 태블릿 PC를 꺼내들었다. 태블릿 PC에 설치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프로그램을 눌러 이날 배워야 할 내용과 관련된 사전학습 문제를 풀었다. 선생님은 교사용 화면에 뜬 문제풀이 결과를 포함한 각종 학습 수치와 AI의 분석·진단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각각 필요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했다.


공부를 하다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시간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민성이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평소 수업시간에는 다른 친구들도 있어 혼자서 특정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눈치도 보였는데, 이제는 AI 속 선생님이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함께 해주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3일 발표한 AI 디지털 교과서가 실제 학교 현장에 도입되면 나타날 풍경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오는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초 5·6학년, 중2, 2027년에는 중3으로 확대 적용된다. 도입 과목도 일단은 수학·영어·정보 교과 뿐이지만 과목과 학년 모두 2027년 이후에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교과서라는 이름이 아예 새로 나온 건 아니다. 교육부는 이미 9년 전인 2014년 초3~중1 과학·영어 교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다. 멀티미디어 기능이 있긴 하지만 서책을 컴퓨터나 태블릿PC로 볼 수 있도록 한 이북(E-Book)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교과서는 AI 기술이 탑재됐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교과서와는 사실상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교과 콘텐츠를 제공할뿐 아니라 AI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학생별로 진단까지 내리는 일종의 보조교사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교사 1명이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기존의 대량 학습체제에서 벗어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한다는 게 교육부 목표다.



학습분석 기반 대시보드(교사용) 예시. 사진 제공=교육부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는 비슷한 개념의 상품들이 출시돼 있다. 이번 교과서 역시 민간 교육·에듀테크 기업이 개발하게 되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홈러닝 서비스나 교수학습 지원서비스와 비슷한 모습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왠지 AI라고 하면 기계적이고 딱딱해 보이지만 오히려 AI가 교사의 일을 덜어주면서 교사와 학생이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확보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AI 보조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지원하게 되면, 오히려 교사는 학생에 대한 학습 지도(코칭)이나 사회·정서적 변화를 관찰·진단해 상담(멘토링)을 제공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우려도 있다. 당장 내후년부터 도입이 되는데 개발 일정을 고려하면 이를 활용할 교사 연수가 부족하다는 점, 디지털 교과서가 오히려 상위권 학생들과 하위권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점, 아이들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 등이 지적된다.


교사들은 AI가 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교사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진정한 맞춤형 학습 구현이 어렵다는 것. 오히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사를 더 늘리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스마트 기기 보급도 더디다. 학생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려면 이를 탑재할 스마트 기기를 1인당 1개씩 갖고 있어야 한다. 시도교육청들도 이미 자체 예산(보통교부금)을 활용해 1인 1기기 사업 등 디지털 기기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경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체 예산을 활용해 1인 1기기 구축을 완료했고 대전·충남 역시 올해 완료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시도도 많아 격차가 큰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관련 사업인 ‘디벗’ 예산이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추가경정예산을 준비 중이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24일 설명자료를 통해 “디지털 기기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상황을 진단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상반기 중 기기 보급 현황 및 계획, 애로 사항 등을 점검해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서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시대 교실 변화 모습. 사진 제공=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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