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던 정순신 변호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정식 임명됐으나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 않아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임기는 26일부터였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의 사의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실 측은 "본인 의사를 존중해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아들이 지난 2017년 명문 자립형사립고 재학 시절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가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을 받아왔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정 변호사의 아들에 대해 “학교폭력의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며 상당 기간 학교 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 변호사는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피해 학생과 부모님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거센 사퇴 여론과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 결국 지원 철회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의 지원 철회로 전국 3만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국수본부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남구준 현 국수본부장의 임기는 25일 밤 12시에 종료된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녀 학교폭력 사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에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래는 정 변호사가 공개한 입장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