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약 1년 전, 중개보조원이 전세 계약금을 떼먹은 실제 사례(레터 다시보기)와 방지법을 전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조 이사님'에게 계약금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었고, 집주인이 아닌 조 이사의 개인 계좌로 보낸 계약금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절반밖에 돌려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피해자 A씨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었죠.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그 후일담입니다. A씨는 민사, 형사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전편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우선 법무사 사무소를 통해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경찰서에 찾아가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이렇습니다.
1.민사
: 채권자인 A씨에서 돈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 확정. 조 이사가 자발적으로 변제(돈을 갚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집행'해야 하는 상황. 이를 위해서는 조 이사의 재산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재산명시신청'을 했으나, 조 이사의 소재불명으로 서류가 송달되지 않아 재산명시신청 각하.
(**조 이사는 현재 주민등록등본상의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
2. 형사
: 서울 성북경찰서로부터 지난 1월 '피의자 소재 발견시까지 수사중지' 통보를 받음. 역시 조 이사의 행방이 불분명해 수사를 중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사람 찾기 힘든 나라였던가요? 혹시나 하는 희망을 안고 1년 가까이 기다린 피해자 입장에선 무정하게만 느껴지는 서류였겠죠.
이렇게 '조 이사의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어서 당장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입니다. 조 이사가 휴대전화도, 신용카드도 없이 영화 속 도망자처럼 전국을 전전하는 것도 아닐텐데 고작 서류 하나 전달하지 못해서, 사람을 찾지 못해서 피해자의 억장을 무너뜨린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 급한 사건들이 있다는 건 알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에디터는 이리저리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변호사님이 바쁘신 와중에 감사하게도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비(非)법조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코주부 : 도망다니는 사기범을 잡아서 피해를 보상하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충훈 변호사님 : 형사, 민사로 소재불명자를 찾기 위해 휴대폰 번호 조회를 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3사+알뜰폰까지) 전부에 대해 통신사 등록 주소지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을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본인명의 휴대폰이라면 실제 주소지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 주소지를 찾았는데 본인 명의의 별다른 재산이 없다면, 주소지 소재 동산(귀중품, 가전, 집기류 등)에 대해 압류나 추심명령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지급명령이 확정되고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재산명시신청(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을 진행하셨는데, 이번처럼 상대방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신용정보회사에 의뢰해 신용조사를 해보는 것을 고려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아직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은행을 상대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방법. 중개보조원이 근무하던 곳의 중개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방안과 중개인가입 보증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를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외적인 판례도 있긴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중개보조인의 잘못에 대해 중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기 때문(민법 756조)입니다.
▲코주부 : 비슷한 피해자들이 또 있을텐데, 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는 없을까요?
이충훈 변호사님 : 임대인(집주인)이 위임하지 않았는데도 중개인, 중개보조인이 보증금 등을 받는 행위를 형사처벌(※주의 :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는 식으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디터 주 : 깡통전세, 빌라왕 전세사기 등이 증가하면서 최근 후속 조치 법안이 국회에서 검토 중이긴 합니다. 악성 집주인 신상 공개,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자격 취소, 집주인 세금 체납& 선순위 보증금 정보 제공 등등...그러나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전부 막을 수는 없을 테고, 무엇보다 A씨처럼 이미 피해를 당한 경우까지 돌봐줄 만한 법적, 행정적 구원책은 적어 보입니다.)
코주부 레터 독자님들도 혹시나 비슷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집 전세나 매매를 하실 땐 반드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계약금이나 보증금은 반드시 집주인 계좌로 보내시고, 특별한 사정으로 집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로 송금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임대인으로부터 해당 계좌명의인으로 수금을 위임한다는 금전 수령권한이 기재된 위임장을 받아야 합니다(현실적으로 매우 드문 경우긴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시면 '전세계약 체크리스트'라든가 '주택(매매, 임대) 계약 체크리스트' 같은 내용들이 아주 많습니다. 꼭 공부해두셨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특히 사회초년생이거나 나이가 어리다거나 해서 집주인,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만만하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침착하시고 만일 체크리스트의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하면 꼭 캐물어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운이 나쁘게도 못된 사람을 만난다면 그 피해는 복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구독자님들의 행운과 행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