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올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인 가운데, 예상과 달리 우리 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학계에 따르면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지난 17일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 방재학회 학술발표 대회에서 발표한 ‘후쿠시마 기원 물질의 아표층 확산’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사고가 발생한 한 달 뒤인 2011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0년간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수심에 따라 어떤 식으로 퍼졌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심 0~200m에 해당하는 ‘표층수’ 부분에서는 세슘이 후쿠시마 원전을 기점으로 북쪽, 북서쪽으로만 퍼졌다. 연구팀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든 그래프를 보면 세슘이 사실상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퍼진 세슘은 북미까지 닿은 뒤 그곳 해류를 따라 남미쪽으로 확산된다.
이는 필리핀에서 시작해 일본 동쪽 해안을 따라 북동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 영향이다. 바닷물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강하게 흐르는 탓에 바닷물에 섞인 세슘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북쪽, 북서쪽으로만 퍼지는 것이다.
그런데 수심 200~500m에 해당하는 ‘아표층’에서는 세슘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퍼지면서 한반도 해역에 영향을 미치는 남쪽으로도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표층을 수심 200~300m 부분과 300~500m 부분으로 나눠 세슘이 어떤 식으로 확산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두 수심에서 모두 세슘이 남쪽으로 퍼진 다음 쿠로시오 해류 영향을 받아 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일본 남동쪽에 돌아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수심에 따라 세슘이 다른 방향으로 퍼지는 것이 ‘모드 워터(Mode Water)’라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드 워터란 수심이 깊은 곳에서 해류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흐르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22일 오염수 방류 시 평가 대상 핵종을 현재 64종에서 29종까지 축소하겠다는 도쿄전력 계획을 승인했다. 반감기(방사능 세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짧거나 독성이 미미한 물질을 대거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는 “세슘, 플루토늄, 삼중수소, 스트론튬, 아메리슘 등 몇g만 있어도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핵종 위주로 평가하고 독성이 미미한 핵종을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공학적 차원에서 보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그간 스스로 신뢰를 떨어트린 부분이 여럿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내세우는 ALPS(다핵종제거설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핵종 위험성 평가가 투명하게 이뤄지는지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