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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국내 비건 식품 기업 널담이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했다더라고요. CES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삼성·LG같은 글로벌 IT 회사들이 가는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식품업체도 갔단 사실에 놀랐어요. 알고 보니 CES에 푸드테크관이 마련돼 있다고.
당연히 아무나 갈 순 없겠죠? 기술력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 국내 비건 선수들 중에선 널담, 그리고 비건 치즈를 생산하는 아머드 프레시만 참가한대요. 널담의 첫 CES 참가 성과는? 1월 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널담 부스를 찾은 관람객 수는 1만5000여 명에 이르렀고, 미국 현지 유통사와 계약까지 체결했다고 해요. 이만하면 화려한 데뷔. 얼마나 맛있게 잘 만드는지, 어떤 제품들을 팔고 있는지 궁금해서 진해수 널담 대표님을 만나고 왔어요.
사실 진 대표님(사진)이 비건 사업에 뛰어든 건 기존에 했던 IT 사업 등이 잘 풀리지 않아서였대요.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모색했고,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식품 업계에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널담 설립 후 얼마 안돼 동료분의 어머님이 암에 걸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어요.
이후 진 대표님은 채식 기반의 식품을 다루고, 영양 면에서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요. 지금의 널담을 만든 원동력이 된 셈이에요.
대표님의 얘기 들어볼게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식품이라고 하면 맛과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만든다면 제가 생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널담 역시 초기엔 어려움을 겪었어요.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기술력도 당연히 없었겠죠? 돈을 벌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없어요. 매출을 늘리기 위해 대표님은 널담 1호 제품인 마카롱을 시장에 내놓았어요. 가장 대중적이면서 당시 기술력으로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대신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맛을 다양화(현재 락토오보 16종+비건 6종)하는 전략을 택했어요. 다행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어요. 마카롱 판매가 늘면서 시장에 조금씩 널담을 알리게 됐고, 투자도 받게 됐어요.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비건과 뉴트리션 식품·원료만 연구하는 '비건 뉴트리션 연구소'를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설립했어요. 이후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어요. 몇 가지만 살펴볼게요.
①널담 병아리콩스낵
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링 스낵이에요. 계란 흰자를 대체하는 비건 원료인 아쿠아파바를 생산한 후 대량의 병아리콩 펄프(껍질)가 생긴다고 해요. 요렇게 남은 재료를 버리지 않고 사람과 지구를 위해 스낵으로 재탄생시킨 훈훈한 사례.
②비건유
널담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 대표님의 자랑 들어볼게요. “대체 우유 중 팩에 담긴 흰 색 우유는 저희 제품밖에 없어요. 멸균우유는 제작 과정에서 타버려서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널담은 갈변되지 않도록 설계를 했고, 고온고압에서도 향이 나도록 일본 3대 향료 회사와 합작 개발한 기술을 적용했어요.”
제품도 다양하고 기술력도 뛰어난 널담을 향한 러브콜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해요. 현재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래요. 미국 동부에서만 판매중인데 매대에 제품을 놓자마자 순삭이라고. 현재 서부 지역로의 판로 확장을 검토 중이시래요. 지난 2018년 2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92억 원으로 50배 가까이 늘었어요.
비건 식품에 대해 제일 궁금한 건 아무래도 맛이잖아요. 감사하게도 널담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들을 미리 맛보라고 보내주셨는데 마카롱, 초코볼은 논비건 제품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 그치만 일부 제품은 호불호가 갈리긴 했어요. 특히 비건유는 우유에 물을 타서 아이스티를 한꼬집 넣은 맛이라는 평가도 나왔거든요.
대표님 생각이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여쭤봤는데 예상 외로 쿨하심! “엄청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지만 반드시 더 맛있어질 거라고 확신하셨어요. 그동안 기술은 있지만 비용 때문에 원하는대로 만들 수 없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거든요. 대표님은 10월부터 비건 버터, 치즈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대량생산이 되면 비용이 확 줄면서 맛+식감 개선+다양한 제품 출시도 가능해진대요.
비건유 제품에 붙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고 지구를 위한 제품 업글도 계속되고 있어요. 장애인들을 고려해 마시기 편한 플라스틱 빨대를 택한 거였는데 이제 종이 빨대 질이 좋아져서 교체를 결정하셨다고. 다음달부터 종이 빨대를 만날 수 있어요!! 지구는 물론 맛까지 생각하는 널담이 앞으로도 쭉쭉 뻗어나가게 용사님들도 힘을 보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