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대못으로 꼽히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공공 주도 재개발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을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과도한 가격 규제로 인해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다만 규제 완화 시 일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주택법 개정안’과 관련해 주거재생혁신지구도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은 도심복합사업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안을 담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재생혁신지구는 사업 요건이나 진행 방식이 도심복합사업과 대동소이하다”며 “제도 간 형평성을 고려해 둘 다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심복합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2·4 공급대책을 통해 도입됐다. 민간 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을 대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의 참여로 용도지역·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제공해 신규 주택 공급과 기반 시설 조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당초 각 사업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의 70~80% 수준의 분양가로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후보지 중 일부에서 토지주에 대한 우선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를 웃도는 ‘역전 현상’이 고개를 들면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12구역이 대표적인 예다. LH가 공개한 추정 분양가에 따르면 수유12구역의 기존 토지주에 대한 ‘우선 분양가’는 3.3㎡당 2523만 원인 반면 일반 분양가인 3.3㎡당 2308만 원이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 우선 분양가는 8억 6000만 원으로 일반 분양가(7억 8700만 원) 대비 7700만 원 더 높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일반 분양가가 올라 기존 주민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수유12구역의 경우 일반 분양가가 10% 오른다고 가정하면 전용 84㎡ 우선 분양가는 8억 1100만 원으로 당초(8억 6000만 원)보다 4900만 원 줄어든다. 구역 내 대지면적 38평인 단독주택 소유자가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당초 2억 2500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일반 분양가 10% 상승 시에는 1억 760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사업성이 개선되면 공공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참여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는 총 58곳으로 공급 예정 물량은 약 8만 800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9개 후보지(1만 5000가구)는 도심복합사업지구 지정을 마쳤다. 주거재생혁신지구 후보지로는 당초 7곳(3700가구)이 지정됐지만, 주민 반대로 3곳(1560가구)이 사업 추진을 철회한 상태다.
다만 일반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건설 원가 상승으로 분양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격 규제까지 완화된다면 일반 수요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간접적인 통제 방식으로 분양가가 시세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