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주 6000원은 안 돼"…실태 조사 들어갔다

기재부, 인상요인·동향 등 점검
주류사 이익·경쟁도까지 주시
국세청, 직접 업계 만나 설득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인도 벵갈루루를 방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5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최근 주류 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들의 술인 소주값마저 ‘6000원’ 시대가 예고되자 정부가 직접 업계에 인상 자제를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병 가격 상승 등이 소주값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국세청은 주류 업체들과 비공개로 만나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류 업체들의 이익 규모와 경쟁도까지 두루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 제동에 주류 업계는 말을 아끼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2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 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소주의 원재료 격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주류 업계가 소주값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음식점이 통상 1000원 단위로 주류 가격을 올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소주값이 오르면 상당수 음식점 가격이 병당 6000원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올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류 물가 상승률은 1998년 이후 2003년(4.7%), 2009년(4.2%), 2013년(4.6%), 2017년(4.8%)에 4%대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2%대 이하에 머물러왔다. 그러다 지난해 6% 가까이 치솟으며 가계 부담을 키우는 형편이다. 이를 두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관계 부처에 대응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경제부총리는 앞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소주 등은 국민들이 가까이 즐겨하는 물품”이라며 “세금이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업계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업계는 울상이다.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 공급가가 7.8% 올랐고 소주병 공급가격도 183원에서 216원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의 발언 직후에도 출고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세금을 올려놓고 가격 인상을 말라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불만들이 나왔다. 실제 소주 출고가의 72%는 세금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출고가 인상보다는 마트나 식당 가격에서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유통상의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가격 인상에 취약한 유통 구조 역시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류 업체의 수익도 따져볼 방침이다. 최근 논란이 된 시중은행들처럼 경영이 어렵다면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벌어들이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는지도 살펴보겠다는 기류가 역력한 상황이다.


국세청은 업체들과 직접 만나 인상 자제 설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전방위적 정부 방침에 업계는 말을 아끼며 압박을 크게 느끼는 모습이다. 앞으로 국세청은 주류 생산과 유통·판매 분야의 회사들로부터도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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