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중국이 휴전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놓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를 일제히 평가절하했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휴전 제안에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되려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장기화로 미중러 간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중국의 평화 계획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환호하고 있는데 어떻게 좋은 일일 수 있겠느냐”며 “러시아 외의 누군가에게 이로울 수 있는 점을 그 계획에서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양쪽에 전쟁을 멈추라거나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그만두라는 식의 ‘동등성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역시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12개 항을 담아 발표한 문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빨리 직접 대화를 재개하고 점차 정세를 완화시켜 최종적으로는 전면 휴전에 도달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특히 평화회담 과정에서 자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이달 22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번 입장문에 대해 양국 간의 사전 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재연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공동 성명도 내놓지 못한 채 폐막했다.
이런 가운데 미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과 탄약 등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이미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이 최근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동향 파악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의 이런 분석에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은 근거가 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