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챙기는 등 작업반 팀·반장의 부당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월 최대 1800만 원을 챙기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관련 피해 사례를 신고받아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며 근절 의지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내 서경인(서울·경기·인천) 철콘연합회 사무실에서 ‘일 안 하고 임금만 받는 근로자 실태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공사 현장에서 만연한 소위 ‘일 안하고 임금만 받는 가짜 근로자’ 피해 사례를 주제로 진행됐다.

서경인·부울경 철콘연합회에 소속된 전문건설업체 대표들이 간담회에 참석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와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서경인 철콘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0개 업체, 33개 현장에서 98명의 팀·반장이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급여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뜯어낸 급여 총액은 48억 2400만 원에 달한다. 일 안 하는 팀·반장 1인당 월평균 560여 만 원의 돈을 지급한 것이다. 팀·반장 1명이 월 1800여 만 원까지 챙긴 사례도 있었다.

1개 하도급사로부터 1인당 지급받은 총액 기준으로 평균 약 5000만 원, 최대 2억 7000여 만 원까지 지급됐다. 이들은 평균 약 9개월 동안 월급을 받았고 1개 현장에서 1개 하도급사에 고용된 인원은 평균 3명, 많게는 8명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수도권과 부울경에서 건설 노조가 현장에 채용을 강요하며 작업반을 투입하는 게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투입되는 작업반에는 일하지 않고 임금만 받는 팀장이 포함된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A업체 관계자는 “현장이 개설되면 건설 관련 노조는 원도급사 소장실에 우선 방문해 작업반 투입을 통보한 뒤 하도급사에 채용 사실을 일방 통보하는 것으로 작업을 개시한다”며 “이 과정에서 작업반 팀장은 출근 도장만 찍고 사무실에서 쉬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다른 현장의 집회에 참가하거나 비노조원의 공사를 방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업무 해태 시 사용자가 지휘·감독으로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건설 관련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을 지휘·감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들의 근태기록 등 증빙 자료를 확보해 세부 실태를 분석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모두가 땀 흘려 일하는 동안 팀장은 망치 한번 잡지 않고 일당을 챙긴다”며 “이러한 돈은 현장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진짜 근로자에게 돌아갈 몫이고 결국 이들이 챙겨간 돈은 건설 원가에 반영돼 아파트의 경우 분양받은 국민이 모두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치와 공정을 민생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니 보복을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피해사례를 적극 신고해달라”며 “일 안 하는 팀·반장을 근원과 배후를 뿌리 뽑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강도 높은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