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에서는 망 사용료를 놓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와 넷플릭스·메타(옛 페이스북) 등 콘텐츠제공사(CP) 간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시작된 망 사용료 논쟁이 유럽으로 확산하며 전 세계 통신·콘텐츠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MWC 2023에서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집행위원이 첫 기조연설을 통해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유럽 내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인물로 차기 EU 집행위원장을 노리는 유력 인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조연설에서 통신사·CP 간의 ‘공정한 미래’에 대한 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길 것”이라며 “유럽 주요 통신사와 ICT 관련 위원이 참석하는 만큼 CP에 대한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 지급 요구가 핵심 주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23일 EC는 ‘기가비트 인프라법안’ 초안 등을 공개했다. 초안에는 통신사의 광케이블 구축과 투자 비용 회수 방안 등이 담겼다. EC는 12주간 의견을 수렴한 후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현재 EC는 ‘2030년까지 통신사의 투자 규모와 회수 전망’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CP가 앞으로 투자에 끼칠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CP에 투자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법안을 소개하며 “통신 회사 인프라에는 조 단위 비용이 든다. 누가 이를 지불해야 하는가”라고 쓰기도 했다.

EU 진영에 맞선 CP 측의 반격도 주목된다. 피터스 CEO는 28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더욱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생태계와 엔터테인먼트사가 더 깊숙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CP의 망 사용료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은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과 넷플릭스·메타 등이 참석하는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을 실현하다’ 세션도 열린다. 도이치텔레콤과 메타는 망 이용 대가 소송을 진행하는 당사자다. 도이치텔레콤은 메타의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자회사 ENS를 상대로 1200만 유로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CDN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CP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CDN은 통상 CP에서 요금을 받아 ISP에 납부한다. 넷플릭스와 메타 등은 자체 CDN을 운영해 ISP에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는 망 사용료 분쟁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제품·신기술 발표가 주가 됐던 MWC에서 올해는 기조연설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며 “CP와 통신사, 나아가 미국과 타국 간 트래픽 전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