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없는 SM…에스파, 광야는 계속된다(종합) [SE★현장]

그룹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SYNK : HYPER KINE)’ 무대에 섰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스파(aespa)의 광야는 밝았다. 소속사의 내홍으로 어지러운 상황 속에도 독보적인 정체성은 빛났고, 미래 가능성까지 확실하게 입증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의 첫 단독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SYNK : HYPER KINE)’이 개최됐다.


에스파는 지난 25일부터 양일간 약 1만명의 관객을 운집했다. 이날 공연은 온라인 스트리밍 ‘비욘드 라이브’로도 송출되며 각국의 팬들과 함께했다. 에스파는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는 3월 15일 오사카를 시작으로 일본 월드 투어를 진행한다.




에스파, 광야로의 초대

에스파는 지난 2020년부터 가요계 떠들썩하게 만든 SM의 ‘광야’ 세계관의 포문을 연 주인공이다. 이들은 아바타 아이(ae)와 8인조로 활동하는 색다른 설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독보적인 콘셉트는 첫 단독 콘서트에서도 십분 활용됐다.


에스파의 장대한 세계관을 담은 전작 ‘블랙 맘바(Black Mamba)’ ‘넥스트 레벨(Next Level)’ ‘걸스(Girls)’의 스토리 영상에 이어 인간과 아이가 연결되는 싱크(SYNK) 영상으로 공연이 시작돼 눈길을 끌었다.



그룹 에스파 카리나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SYNK : HYPER KINE)’에서 솔로 무대를 펼쳤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명 ‘하이퍼 라인’의 의미도 독특하다. 윈터는 “온라인은 에스파와 아이가 만나는 세계이고, 오프라인은 에스파와 마이(팬덤명)가 만나는 세계다. ‘하이퍼 라인’은 에스파와 아이, 마이가 함께 만나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에스파의 말처럼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8인조 에스파의 무대도 이곳에서 실현됐다. 투명 OLED를 통해 아이-에스파를 등장시킨 것. 카리나는 솔로곡 ‘메나쥬리(Menagerie)’에서 그림자처럼 같은 의상을 입은 댄서와 듀엣 무대를 펼치더니, 이어 아이 카리나와 합을 맞추는 연출로 감탄을 자아냈다. ‘도깨비불 (Illusion)’ 무대에서는 투명 OLED를 통해 멤버들 머리 위에 나타난 파란색 도깨비불이 각 멤버별 아이로 변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완전체 무대를 마친 뒤 에스파는 “아이도 칭찬해달라. 우리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그 친구들의 옷을 바꿔 입히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기다린 팬들 위한 미공개 신곡 퍼레이드

이번 공연에서 총 25곡을 준비한 에스파는 그중 11곡을 미공개 신곡으로 채웠다. 4곡은 멤버별 솔로곡이고, 7곡은 단체곡이다. 에스파는 공연에 앞서 안무 연습 영상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스포일러한 바 있다.


미공개 신곡은 “많은 시도를 했다”는 에스파의 말처럼 다채로운 면면을 살피기 충분했다. ‘떨스티(Thirsty)’ ‘틸 위 미트 어게인(Till We Meet Again)’는 에스파의 감성 보컬을 느낄 수 있고, ‘핫 에어 벌룬(Hot Air Balloon)’ ‘욜로(YOLO)’로는 깜찍 발랄한 에스파를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아임 언해피(I’m Unhappy)’ ‘돈트 블링크(Dont’ Blink)’ ‘솔티 앤 스위트(Salty & Sweet)’ 등은 주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던 에스파와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룹 에스파 윈터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SYNK : HYPER KINE)’에서 솔로 무대를 공개했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솔로곡으로 멤버별 개성도 부각됐다. 카리나는 직접 작사한 ‘메나쥬리’로 퍼포먼스 강자의 모습을, 윈터는 발라드곡 ‘입모양 (Lips)’로 맑은 음색을 자랑했다. 지젤은 작사와 랩메이킹에 참여한 ‘투핫포유(2HOT4U)’로 자신감 넘치는 힙한 매력을 뽐냈다. 닝닝은 화려한 멜로디의 댄스곡 ‘웨이크 업(Wake up)’으로 매혹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분쟁 속에서도 끄떡없는 SM 아티스트

에스파의 콘서트가 더더욱 주목받은 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창업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수만 전 총괄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하이브가 SM의 1대 주주가 되고, SM 내부에서는 인수 반대 의사를 표하는 등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고유한 색깔을 갖고 있는 SM 아티스트들의 미래에 관심이 쏠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SM 아티스트들의 의리는 빛났다. 이날 에스파 공연장에 동방신기 최강창민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이특 은혁, 소녀시대 태연, 샤이니 키 민호, 레드벨벳 슬기 웬디, NCT 지성 해찬 런쥔 샤오쥔 텐 쿤 등이 관객석을 채웠다. 전날에는 동방신기 유노윤호와 레드벨벳 아이린 예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파는 선배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오늘 SM타운“이라며 “우리가 막내여서 선배님들이 응원차 왔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선배들이 있어) 사실 더 긴장됐다”고 고백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SM의 내홍에 차질을 빚었던 에스파의 컴백에 대한 예고도 이어졌다. 앞서 SM 발표에 따르면 에스파는 당초 지난 20일 신보를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이수만 전 총괄이 개인 프로젝트인 나무심기와 관련한 가사를 강요하면서 컴백이 무산됐다. 이로써 에스파는 지난해 7월 이후로 공백기를 갖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리나는 “우리는 한 번도 뱉은 말에 책임을 안 진 적이 없다”며 “이번 컴백과 앞으로의 에스파 활동을 기대해달라. 더 잘하고 멋진 에스파가 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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