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7일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연출 이창민) 최종회는 전국 유료 기준 16%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은 긴장감 있는 극으로 전개되어 시청률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고아인(이보영)이 마지막 대역전극을 벌였다. 고아인은 선배 유정석(장현성)과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대표의 희생으로 퇴사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VC그룹 강 회장(송영창)의 막내딸 강한나(손나은)와 손을 잡고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고아인은 부사장 강한수(조복래)가 '이겼다, 다 끝났다'라고 생각해서 실수를 할 때를 기다렸다.
그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고아인은 본사에서 음주 운전으로 자숙 중인 배우를 모델로 계약, VC건설에 통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아인은 강한수와 해당 배우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이 사실을 알려 해당 안건을 무마시킬 계획을 세웠다. 주주총회는 강한수가 부회장으로 추대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강 회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정승길)이 모든 책임을 최창수(조성하)에게 전가했다. 유정석(장현성)이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대기업을 등에 업은 광고대행사의 민낯을 폭로하고, 그 책임자로 자신과 최창수를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차피 회사를 나가야 될 사람이 짊어지고 가면 된다고 계산했다. 최창수는 결국 이제 쓸모를 다했다고 여겨졌다. 최창수는 VC기획에서 내쫓겼다.
고아인은 경쟁자가 사라졌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강한수가 부회장으로 취임한다면 고아인이 강한나와 함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전망이었다. 고아인은 이에 강한나에게 '주주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을 특훈 했다. "내용만큼 중요한 게 형식이고, 형식만큼 중요한 게 태도다"라며 일러주었다. 그는 "프리젠터의 사소한 표정, 행동, 자세, 이런 요소들이 듣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라고 밤새도록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강한나는 고아인의 가르침을 흡수했다. 강한나는 주주총회장에서 제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강한수와 모델의 부적절한 관계를 밝혔다. 이어 '부정적 이슈로 인한 VC그룹 브랜드가치 손해'를 제대로 보고했다. 할아버지 왕 회장은 강한나와 강한수의 무한 경쟁을 바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강한나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우원그룹 김 회장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파혼을 결정했다. 그의 결단이 발단이 되어 강한수의 부회장 추대를 결렬시켰다. 조 대표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왕 회장이 요구했던 '전쟁터'로의 복귀였다. 고아인을 살리는 조건이었다.
고아인은 이제 공석이 된 VC기획 대표 자리를 맡았다. 그가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낸 덕분이었다. 그는 회사 내 최고 자리에 도달해도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그녀의 '오장육부' TF 팀원들과 끝까지 의리를 지킨 비서 정수정(백수희)을 데리고 함께 작은 독립 대행사를 차렸다. 그는 그러고서 모두에게 주주의 자격을 부여했다. 고아인은 안정적인 일꾼보다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주인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남들이 결정하게 두지 않았다. 주인공의 파격 행보를 보여주는 엔딩이었다.
'대행사'는 정형화된 오피스 물에서 벗어나 신선한 전개를 이어갔다. 창의적인 발자취가 드라마의 재미 요소였다. 중심인물이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모습과 최창수가 치밀하게 전략 싸움을 전개해나가는 모습도 함께였다. 이들은 치열한 수 싸움을 펼쳤다. 이러한 요소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극의 서스펜스를 형성했다. 극적 엔딩은 사내 권력관계를 두고 전세를 역전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회사 생활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는 점 역시 드라마의 매력 요소였다. 조은정(전혜진)은 '워킹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인물이었다. 광고인들의 치열한 회사 생활을 공감이 일도록 보여주었다. 완전한 악역이 없이 욕망이라는 감정으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역시 '대행사'가 오피스 드라마의 전형성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일부분이었다. 인물 간 다양한 관계성이 극에 활력을 더했다. 고아인과 조은정은 서로 가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이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 고아인과 강한나는 손익계산을 따지는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지만 종내엔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됐다. 이러한 '워맨스'는 다양한 여성상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강한나와 박영우는 신분 차이를 넘는 로맨스를 보였다. 둘은 위기를 극복하며 함께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로맨스를 보였다. 비서실장, 법무팀장(김민상), 권CD(김대곤) 등 모든 관계는 전개 속에서 탄탄하게 구축됐다. 소모적으로 쓰인 캐릭터가 없이 스토리를 구성했다.
이 모든 요소는 이보영,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 등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 기반이었다. 이보영의 독한 연기 변신이 특히 돋보였다. 이보영은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에 독기 품은 눈빛을 선보이며 '우아하게 처절한' 고아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보영 배우는 무엇보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고아인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위성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