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리는 자유를 꿈꾼다…다시 스크린 채우는 여성들

'다음 소희' 콜센터 노동문제 직시
'성스러운 거미' 이란 여성 현실 고발
'타르' 케이트 블란쳇 압도적 연기
'콜 제인' 임신중단 권리 향한 연대

영화 '다음 소희'.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아바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등 대작 열풍이 지나가고 있는 극장가를 여성의 목소리가 채우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식과 사회적 메시지를 가진 여성 서사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한 ‘다음 소희’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감정노동과 성희롱 문제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콜센터 현장실습에 나선 여고생 소희 역을 김시은이,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역은 배두나가 맡았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으로, 국내 박스오피스 좌석판매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배두나는 “소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버티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이다.



영화 '성스러운 거미'. 사진 제공=판씨네마

2001년 이란에서 일어난 여성 성노동자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여기자의 서사를 소재로 한 ‘성스러운 거미’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란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이란 정부가 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16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자신의 살인 행각을 스스로 언론에 제보한 살인마 ‘사이드 하네이’의 일화를 바탕으로 했다. ‘거미’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여성 저널리스트의 시선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라히미 역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세상 모든 여성들을 위해 이 사회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에브라히미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은 이란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



영화 '타르'. 사진 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다음 달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타르’도 22일 개봉해 주목받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이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 역을 맡아 권력에 대한 욕망에 빠져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자기파괴적 모습을 보여줬다. 압도적인 연기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와 올해 골든골로브·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오스카도 노리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며 “우리는 매년 여성의 경험이 제한됐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 지휘자의 서사 뿐 아니라 권력형 범죄·캔슬 컬처 등 사회적 문제도 담아냈으며, 클래식을 다룬 만큼 음악도 호평받고 있다.



영화 '콜 제인'. 사진 제공=누리픽쳐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로맨스 영화 ‘캐롤’의 각본가 필리스 나지가 감독으로 참여한 ‘콜 제인’이 세계 여성의 날인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선 여성들의 공조를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60~70년대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가 보장되기까지 시카고에서 1만 2000여명의 여성이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단체인 ‘제인스’의 이야기를 다뤘다.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시고니 위버가 주연을 맡았고, 제72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등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평받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