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술핵을 개발하면 남북간 핵 군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간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게 북한 핵개발을 견제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은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 게재한 ‘북핵 위협과 한국의 대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전술핵 개발시) 남북 모두 핵무기를 최후의 억지수단이 아닌 유사시 작전적 사용을 불사하는 태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략적 안정보다 핵 군비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군비 통제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소장은 전술핵 개발의 현실성을 지적했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우선 NPT를 탈퇴하고 재처리나 농축 과정을 통해 핵분열 물질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의 NPT 탈퇴와 핵무기 추구는 전 세계 핵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일본 등 핵개발 전례를 따르는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세계 주요 핵 공급자를 포함한 원자력공급자그룹(NSG) 회원국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과 모든 핵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제기했다. 이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비교적 신속히 핵개발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원전연료 등급 플루토늄으로는 핵폭탄 제조가 불가능하고 핵탄두 디자인도 기술상으로 가능하지만 핵실험 없이는 확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술핵 개발시 한국 원전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 소장은 “핵개발로 한국의 민간 원자력 산업 기반이 크게 붕괴할 것”이라며 “NPT 탈퇴로 인한 국제 제재, NSG의 핵연료 공급 제동 등으로 탁월한 기술력에 기반한 한국의 민간 원전 수출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원전 10기 수출 등을 목표로 원전 산업을 강력하게 육성 중인 현 정부 정책과 전술핵 개발이 정면 배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소장은 북한 핵개발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한미간 확장억제를 꼽았다. 이 소장은 “현실적으로 한국이 취할 방안은 한미간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우리 자체의 비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확장억제를 강화하려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협의 절차를 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상시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가시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미국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준비 협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이같은 기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북한과 중국에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소장은 “국제적으로는 한미일 연합 억지 태세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북 핵억제 강화 방안 중 하나는 한미간 이미 개설된 2+2 회의에 일본을 참여시켜 2+2+2 체제를 출범시키는 것”이라며 “나토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동북아판 핵기획 협의체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