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그룹이 미 텍사스주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신설한다. 현지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세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L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HL홀딩스(060980)는 텍사스 오스틴에 전기차 모듈 생산 기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나 시기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L그룹이 오스틴에 생산 거점을 세우려는 것은 이 도시에 본사를 둔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HL홀딩스는 테슬라에 전기차용 타이어 모듈을 공급해왔다. 이 부품은 차량의 구동력과 제동력을 노면에 전달하고 노면으로부터 들어오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HL홀딩스는 신사업으로 모듈 분야를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미 캘리포니아주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으며 테슬라 외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모듈 사업 매출은 지난해 기준 2000억 원 수준으로 연간 두 자릿수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모듈·물류 등 HL홀딩스의 자체 사업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지주사인 HL홀딩스 또한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HL그룹과 테슬라 간의 협력 관계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HL그룹이 전동화 전환 추세와 맞물려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부품사인 HL만도(204320)는 테슬라에 조향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3만 개인 데 비해 전기차 부품은 2만 개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국내 부품사들이 전기차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