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공무직 처우 논의기구, 3월 종료…노정 갈등 불씨되나

공무직위원회, 3월 말 예정대로 종료
합의 한계로 임금·수당 기준 마련 못해
낮은 임금 등 열악한 근로조건 방치 우려
노동계, 상설화 요구하지만…국회 공회전

작년 10월 17일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공무직 노동자 5대 요구 쟁취 결의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기관 내 청소, 시설 관리 등을 맡는 공무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논의할 정부 기구 운영이 3월 말 종료된다. 노동계는 이 기구의 상설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노정이 어떻게 해법을 마련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대 약 100만명으로 추정되는 공무직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내 공무직위원회는 내달 31일자로 종료된다. 이미 올해 공무직위원회 예산은 1억8700만원으로 작년 9억1100만원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내달 말 종료를 염두에 두고 이전처럼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20년 3월 공무직 처우 개선을 위해 출범한 공무직위원회는 공무직과 일반 공무원의 근로조건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범 정부 논의기구다. 공무직은 문재인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크게 늘면서 별도 근로조건 대책이 필요했다. 당시 증원된 공무직은 2020년 말 기준 약 33만명(중앙정부, 공공기관)에 달한다. 노동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약 100만명(지방자치단체 등 포함)으로 추정한다. 공무직위원회 위원장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맡고 있다.


공무직위원회가 종료되는 주된 이유는 위원회의 한계다. 위원회는 임금과 수당 등 여러 근로조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우선 지역, 직종 별로 근로조건이 너무 상이하다는 점이 꼽힌다. 공무직위원회가 노사정 사회적 논의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 공무직 임금 및 수당 기준 계획도 노동계와 합의 방식으로 도출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무직은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를 요구하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맞추기는 합의를 통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공무직위원회 출범 전처럼 각 기관이 임금 등 근로조건을 책임져도 큰 불이익이 없다는 판단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공무직위원회 폐지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날 대의원대회를 연 한국노총은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및 공무직 차별철폐를 올해 주요 투쟁안으로 정했다. 작년 두 노총은 공동으로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이어 열었다. 최근 한국노총은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직접 만나 공무직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공무직의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월 임금도 낮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중앙정부 공무직의 임금은 공무원 임금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공무직위원회를 유지할 방안은 국회에 달렸다.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2월 공무직위원회 운영 유효기간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환경노동위원회는 2월 9일 전체회의에서도 이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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