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점유율 아직 한 자리…갈 길 멀다"

지난 4분기 첫 분기 매출 7조원
적자 줄이며 1년 만에 흑자 전환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1000만명↑
자동화 기술 투자 등 결과 드러나
중소상공인 성장…신사업도 호조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쿠팡Inc)이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내며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2014년 로켓배송에 나선 지 9년 만이다. 지난해 연간 흑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연 매출은 사상 최대인 26조 원으로 집계됐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이 한 자리 대에 불과하다며 아직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쿠팡이 1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신장한 7조2404억원(53억 2677만 달러·분기 환율 1359.26)으로 첫 분기 매출 7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1133억 원(8340만 달러)으로 지난 3분기 1037억원(7742만 달러)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1000억 원대 영업흑자를 냈다. 당기순이익은 처음으로 1억 달러 선을 돌파하며 1387억 원(1억 206만 달러)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4분기 각각 영업 손실(4692억원)과 당기순손실(4791억 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1년 만에 200만명이 늘어난 1100만명으로 첫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 10월 서비스 출범 4년 만의 성과다. 펜데믹 위기, 글로벌 금리인상 등 경기침체 속에서도 로켓배송·로켓프레시를 통해 제공하는 수백만개 이상의 가성비 제품을 이용하는 충성고객들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4660억달러) 규모로, 2026년까지 718조원(5470억달러)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쿠팡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전체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는 쿠팡을 한번 이용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활성 고객의 3분의 1만 로켓프레시를 이용하고 있다"며 “상품군 확대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쿠팡의 20개 카테고리 가운데 9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구매한 소비자는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 전경. /사진제공=쿠팡


◇ 분기 순이익 첫 1억달러…“자동화 기술 투자 덕분”


김범석 창업자는 컨퍼런스콜에서 “1년 전은 코로나로 인한 혼란의 시기였고, 지난해는 쿠팡의 저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2021년 4분기는 2억8500만달러 조정 에비타 손실로 마감했지만, 1년 뒤인 지난 4분기 조정 에비타는 5억 달러 증가했고 순이익은 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매출도 20%를 초과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매출 증대 비결은 기술 인프라와 공급망 최적화, 자동화 등 운영 개선이었다. 그는 “쿠팡에서 자동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풀필먼트센터는 나머지 네트워크(물류센터 등) 대비 2배의 효율성을 보여준다”며 “자동화 수준을 높여 효율성을 증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물류망은 지난해 말 기준 132만평으로 2020년 말(70만평) 대비 2배가 늘었다.


◇가입 첫해보다 매년 소비가 급증하는 쿠팡 소비자들..중소상공인 성장도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 4분기 1000만명을 돌파하며 1100만명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말 600만명에서 2년 만에 500만명 늘었다. 이는 제품을 한번 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멤버십 가입을 통해 ‘충성고객’이 된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김범석 창업자는 “서비스·가격·상품군 등 3가지에서 어느 것 하나만 선택하면 하나는 버려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양자택일) 구조를 깨고 3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한 결과”라며 “지난해 와우 회원은 200만명 증가했는데 이들의 소비액과 구매 빈도는 일반 회원보다 몇 배 더 높았다”고 말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활성고객 수가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쿠팡의 성장은 중소상공인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의 70% 이상은 연 매출 250만달러(약 30억원) 미만의 소상공인이다. 김 창업자는 “쿠팡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풀필먼트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의 매출은 평균 65% 늘어났으며 이들은 전례 없는 성장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자사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등에 입점한 판매자 대상으로 쿠팡 풀필먼트의 상품 입고부터 판매, 배송, CS까지 책임지는 로켓그로스(제트배송)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쿠팡이츠, 쿠팡페이, 쿠팡플레이, 해외사업 등 쿠팡의 신사업 분야 매출은 8113억원(6억2802만달러)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5% 늘어난 한편, 조정 에비타 손실(2901억원)은 전년보다 42% 줄이는데 성공했다. 아난드 CFO는 “여러 신사업에 지난해 초 예상한 2억 달러 정도를 1년간 투자했다”며 “장기적으로 더 많은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초기 단계 사업에 투자 중이며 신사업 분야의 손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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