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도로 곳곳 새빨간 '똥물'…강원 시골마을 무슨 일이

홍천축협 목장 인수 이후 문제 발생 추정
"비오면 쌓아놓은 분뇨서 축산폐수 흘러
하천·강까지 들어가 지하수도 못 마셔"
축협·홍천군, 주민들 민원에도 묵묵부답
시골 주민들 “집·땅 모두 팔고 떠나겠다”

강원 홍천군 한 마을 도로가 축산 폐수로 차있다. 연합뉴스

강원 홍천군 화촌면 장평1리 솔치마을 150여 세대 240여 명의 주민이 폐수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이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장평1리 주민들은 최근 마을회관에서 ‘축협 목장 축산 폐수 유출 피해’ 설명회를 열고 홍천축협과 홍천군 관계자에게 지난 1년간 촬영한 피해 현장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촬영물에는 축협이 염소 분뇨 수십t을 목장에 쌓아둔 채 제때 치우지 않아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을길을 타고 쓸려 내려온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때문에 마을 도로가 새빨간 폐수로 가득 차는가 하면 인근 옥수수밭이 폐수에 잠기기도 했다. 물이 모두 빠지고 난 뒤에는 염소똥이 도로와 밭을 나뒹굴었고, 여름이면 곰팡이까지 자라나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얕게는 2m에서 깊게는 4~5m에서 나오는 건수(乾水)를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했는데, 폐수가 밭·하천·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면서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확인된 피해만 22차례였다.


주민들은 축산 폐수 문제가 2000년 홍천축협이 장평리 일대 젖소 목장을 인수한 뒤부터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가축 분뇨 등을 쌓아서 비료(퇴비)를 만드는 헛간인 ‘퇴비사’를 축사로 바꾸어버리고, 이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퇴비사로 대체하면서 분뇨가 제때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 설명회 당시 축협 측은 “올해 사업 계획에 개선책을 일부 반영했고, 염소는 모두 다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장맛비가 내린 6월 26~30일 이후 7월 1일 개장한 홍천군 한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구토와 복통을 호소했던 일도 축산 폐수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마을 차원에서 홍천축협과 홍천군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개선된 건 없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축협과 군에 각각 개선책을 마련해달라는 건의서를 보냈으나 축협은 이마저도 묵묵부답이었고, 군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을 내놨다.


이정근(64) 장평1리 이장은 28일 “여태껏 축산 폐수 유입 문제에 눈과 귀를 감아온 축협과 군청이 원망스럽다”며 “지금까지 청정 지역 농산물이라고 판매해왔는데 청정 이미지 추락은 물론 농산물 피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따졌다.


7년 전 귀촌했다는 한 주민은 “똥물 때문에 집에 정수기를 2개나 두고 있다”며 “이제는 홍천이 싫어 떠나고 싶은데 집이 팔리지 않아서 못 떠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축협은 왜 오폐수 처리 시설도 없이 무방비하게 분뇨 섞인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지, 군은 야구 인구 약 200명을 위해 70억짜리 야구장을 지어놓고는 왜 마을 주민 200여 명을 위한 오폐수 처리 시설 설치에는 무관심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일부 주민들은 집과 땅을 모두 내놓고 마을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축협에서 농장을 운영하면서 부실했던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충분한 단속과 지도·감독을 못 한 점 사과드리고, 환경과 관련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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