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저임금보다 더 주는 구직급여 체계 손질…커지는 '재정구멍' 막는다

■수술대 오르는 구직급여
구직급여 하한액 4년 만에 조정
하루 6만1568원서 4만6176원
지급액 산정기준 7→6일로 축소
고용보험기금 재정 안정화 노려
수급기한 확대 당근책 내놨지만
고용부진에 여론 반발 극복해야

올 1월 고용노동부가 구직급여개편안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해서 받는 임금보다 구직급여를 타는 것이 더 쏠쏠한 기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구직급여는 통상 직전 평균임금의 60%로 책정되지만 실직 시에도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해 최저임금의 80%가 하한액으로 보장된다. 기존 소득과는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손에 쥐여준다는 의미다.






이런 탓에 최저임금 월급에서 각종 세금과 교통비 등을 제외하면 구직급여를 받는 편이 더 유리한 현상이 나타났다.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구직급여가 오히려 재취업 의사를 꺾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구직급여 액수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구직급여 개편은 급여 액수를 줄이고 지급 기한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구직급여를 이런 식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고용보험기금에 구멍이 생긴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직급여 하한액을 2019년(최저임금의 90%→80%) 이후 4년 만에 최저임금의 80%에서 60%로 조정하기로 한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 하한액(8시간 근무 기준)이 현재 6만 1568원에서 4만 6176원으로 줄어든다.


현재 구직급여 지급액 산정 시 주 7일을 기준으로 삼던 것을 6일로 줄여 월 최저임금 산정 기준(근무일 5일+유급휴일 1일)과 똑같이 맞춘 점도 주목된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이 최저임금보다 후해 구직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월급보다 많아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유급휴일 지급을 피하기 위한 ‘알바 쪼개기’로 주 15시간 근무를 채우지 못하는 근로자의 경우 월급과 구직급여의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구직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구직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푸념이 나왔다”며 “이런 부작용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구직급여 지급 기간을 현행 최대 9개월에서 13개월까지 늘리는 당근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구직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과 연령에 따라 4~9개월간 지급된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만 50세 이상인 경우 최대 9개월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이를 12~13개월로 연장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구직급여 지급 기간이 통상 1년 안팎인 점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최저임금 하한액을 줄이면서 지급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되는 것은 그 반대보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안정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구직급여 수급자 173만 533명 중 최저임금 하한액을 적용받은 사람은 119만 2028명이다. 전체 수급자의 68.9%로 비중이 크다. 반면 구직급여의 평균 수급 기한은 5개월 안팎으로 9개월이 되지 않는다. 즉 최저임금 하한액을 손봐 줄어드는 지급액 규모가 수급 기한을 늘려 더 나가는 돈의 규모보다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질 좋은 직장에 있다가 그만두게 되는 사람은 빠르게 좋은 일자리를 다시 찾는다”며 “최저임금이 적용된 일을 하던 사람은 그렇지 못해 구직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간 구직급여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OECD는 “한국의 경우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이 근로 의욕과 재취업 유인을 낮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구직급여 개선 방향을 다룬 보고서에서 “2020년 실직 전 최저임금 수준을 받던 근로자의 구직급여 월소득대체율이 113%”라며 “소득대체율이 100%를 넘어 단기적으로 근로 유인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고용부가 1월에 밝힌 △구직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 취업 기간 연장 △수급 대기 기간 1주→4주 연장 △반복 수급의 경우 지급액 인하 등이 함께 추진되면 구직급여 체계가 대폭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구직자의 반발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 상황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취업 시장도 좋지 않은데 구직급여까지 줄이려 하느냐’는 불만이 빗발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구직급여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생계와 직결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개편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