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여학생을 목표로 한 ‘의문의 가스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3개월간 400여명의 학생이 독성가스 공격을 받았지만, 공격 주체와 가스의 종류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내 30여개 학교에서 최근 3개월간 400여명의 학생이 의문의 가스 공격 피해를 입었다.

가장 먼저 피해 사례가 보고된 곳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25㎞가량 떨어진 도시 콤이다. ‘이슬람 시아파 성지’로 불리는 이곳에는 보수 성향의 성직자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이란의 대표적인 종교 학교들이 위치해 있다.

콤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3개 이상의 학교에서 독성 가스 공격을 받았다. 학교 복도와 교실 등에서 독성가스를 흡입한 학생들은 두통·호흡곤란·메스꺼움·마비 등 증세를 보였다.

지난 17일 가스 공격을 받은 학교의 엘라헤 카리미(8학년)는 이날 현지 언론을 통해 “복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썩은 계란 냄새 같은 악취가 강하게 났다. 이후 눈이 충혈로 붉게 변했고 구역질이 나서 보건실로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3일간 병원 입원 치료 후 집으로 돌아왔지만 팔다리 마비 증세와 어지럼증 등이 수일간 지속됐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에서는 엘라헤 외에도 20여명의 학생이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스 공격은 최근 수도 테헤란, 중부 이스파한, 북서부의 아르데빌, 서부의 보루제르드 등으로 확산했다. 현지 언론은 28일 테헤란주 남부 도시 파르디스에 위치한 하이얌 여학교에서 독성 가스를 마신 학생 3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가스 공격이 다수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등교를 거부하고 온라인 수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첫 피해 사례가 보고됐을 때 겨울철 난방 기기 사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등이 원인이라며 테러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유사한 사건이 여러 도시에서 이어지자 의도된 공격임을 인정하고 이제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유네스 파나히 이란 보건부 차관은 지난 26일 “일부 사람들이 모든 학교를, 특히 여학교를 폐쇄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공격 목표와 배후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외신은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복성 공격으로 추정했다.

개혁 성향 정치인 자밀레 카디바르는 현지 언론을 통해 “이번 공격의 배후는 반체제 단체 혹은 극단주의 보수 세력”이라며 “이란의 통치 체제를 탈레반식 국가처럼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중·고등 여학생 등교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여성의 대학 교육까지 금지한 바 있다.

카디바르는 이란 내 강경 보수단체인 ‘페더이아네 벨러야트(수호의 신자)’의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을 인용하며 이 단체가 공격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단체의 성명에는 ‘여성의 교육은 하람(이슬람에서 금지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여학교가 계속 운영된다면 이란 전역의 여학생을 중독에 빠뜨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