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위안화 결제비중 14%까지 늘어

원유·천연가스 등 무역증가 영향
서방 제재 탓에 경제 밀착 가속화
러 국부채권서 위안화 비중도 2배로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금융권에서 퇴출된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늘린 한편 탈(脫)달러·유로는 가속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 수출 대금 가운데 위안화 비중이 연초 0.4%에서 9월에는 14%로 급등했다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반면 50%를 넘겼던 달러화 비중은 34%로 내려앉았고 유로화도 34%에서 19%로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 금융권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되고 해외 자산도 동결되는 등 서방의 잇단 경제 제재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미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당시 한 차례의 경제 제재를 계기로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고 이번 제재로 더욱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국제시장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중국 상품 수입을 늘리고 중국 역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를 ‘싹쓸이’하며 양국 간 교역이 급증한 것도 위안화의 매력을 높였다.


러시아 국부펀드(NWF)도 올해부터 위안화 비중을 30%에서 60%까지 대폭 늘릴 방침이다. 러시아 재무부 측은 지난해 12월 비우호적 국가의 자산 비중을 점차 축소해나가겠다면서 위안화와 금의 비중을 높이고 달러 자산을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과 개인도 위안화 사용을 늘렸다. 지난해 러시아 기업에서 발행한 위안화 채권은 70억 달러(약 9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러시아 국민들의 위안화 외화예금 규모 역시 1년 만에 ‘제로’ 수준에서 60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로 뛰어올랐다. 루블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위안화 선호가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WSJ는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위안화가 달러화에 필적하는 세계 통화로 자리 잡을 것인가’라는 오랜 논쟁을 시험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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