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의 ‘강아지’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이 호주의 한 미술관 파티 방문객의 부주의로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단독 보도와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호주현대미술관(MCA)에서 지난 2월 27일 폐막한 서도호의 개인전 전시장에서 미술관 후원사를 위한 나이트파티가 열렸고, 한 방문객이 뛰어드는 바람에 직물로 만든 문(門) 형태의 설치작품 두 점이 손상됐다. 이날 파티는 MCA의 기업 후원사 중 하나인 블룸버그가 주최한 행사였다.
훼손된 작품은 2016년작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 260-10 허브’와 2018년작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 260-7 브렉퍼스트 코너’로 알려졌다. 이들은 각각 수억원 대 작품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9년에 경매에 나온 서 작가의 설치작업이 81만4000달러에 팔린 기록이 있다. 데일리메일의 제보자는 “술 취한 듯한 방문객이 작품으로 뛰어드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미술관 측은 이 사고에 대해 “전시 관람객이 발을 헛디뎌 전시중인 설치작품이 충격을 받았다”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박물관 규정은 잘 지켜졌으며 우리의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 작가 제프쿤스의 푸른생 강아지 형태의 작품 한 점이 아트페어에 출품됐다가 관람객에 의해 산산조각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작품가는 5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미술작품 관람태도에 대한 여러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4일 개막한 서도호의 전시는 작가의 남반구 미술관 첫 개인전이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리즈서울에서 리만머핀갤러리가 대표작으로 서도호의 설치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로드아일랜드 스쿨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서도호 작가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중 한 명으로 참가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다.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과 서펜타인 갤러리, 도쿄 모리 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백남준·이우환을 잇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성북동 한옥과 판이하게 다른 미국의 아파트 생활을 통해 문화적 괴리감을 느꼈고, 이를 실과 직물을 이용한 섬세한 설치작품으로 구현했다. 한옥을 실제 크기와 동일하게 제작해 공중에 띄우는가 하면, 뉴욕의 아파트를 문고리와 변기까지 표현해 제작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이 된 ‘집’은 문화정체성을 상징하며 ‘문’은 서로 다른 문화권을 넘나드는 통로로도 해석된다. 2012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서도호 개인전은 당시 리움 개관이래 최다 방문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작가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한국과 미국 등지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현대수묵 추상의 거장인 서세옥 화백의 장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