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테크’(Tax tech·세무와 기술의 조합) 스타트업들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약 800만 명에 달하는 개인 사업자들이 주요 타깃으로 시장규모는 4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스타트업들은 기존 세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겨냥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세무업계의 성수기인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을 앞두고 새로운 서비스 출시와 마케팅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세무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5월 께 개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기 근로자 등의 세금 환급을 플랫폼을 통해 도우면서 큰 호응을 받은 삼쩜삼을 '세무 슈퍼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 삼쩜삼은 올 1월에는 부가가치세 신고 기능을 추가하며 단순 환급 서비스를 넘어 섰다.
세금 신고 플랫폼 ‘쎔(SSEM)’을 운영하는 널리소프트는 아예 타깃을 개인 사업자에 맞추고 빠르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2019년 첫 서비스부터 개인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부가세, 소득세 등을 계산하고 신고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세무사에게 신고대행을 맡기면 수십 만 원 이상 들지만, 쎔은 신고 비용을 3만 원대로 낮게 책정해 서비스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4년 만인 지난해 앱 다운로드 건수는 100만 건을 넘어섰고, 1~7월 누적 매출(약 20억 원)은 전년도 1년 치(8억 2000만 원)를 웃돌았다. 금융권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져 올해부터 카카오뱅크 앱에서도 쎔의 신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세무법인 혜움과 혜움랩스가 협업하는 혜움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세무 업무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인 사업자의 노무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2017년 업계 최초로 카카오톡 기반 실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고, 2021년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세금 환급 서비스 ‘더낸세금’을 선보였다.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가 텍스테크에 뛰어드는 이유는 세무 업무가 개인 사업자들에게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들은 1월(부가세)·5월(소득세)·7월(부가세)에 걸쳐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대부분 적잖은 비용을 들여 세무사에게 신고 대행을 맡기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세금 신고를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인 납세협력비용이 2016년 11조 원에 달했고, 이 중 개인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규모는 4조 원이 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사업자의 70%가 1인 사업장 형태로 영세한 경우가 가 많아 ‘가성비’ 좋은 세무 스타트업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기존 세무업권과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