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생산이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4개월 만에 간신히 반등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휴대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반짝 증가’일 뿐 둔화하는 경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생산은 오히려 5.7% 줄었고 제조업재고는 1998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쌓였다. 소비는 2.1%, 투자는 1.4% 빠지며 경기가 더욱 악화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생산은 전월 대비 0.5% 늘어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휴대폰 등 통신·방송장비생산이 전월 대비 110.0%나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3 출시 준비로 휴대폰과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쪽 생산이 정상화하면서 모듈의 생산과 수출이 늘어 1월 증가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이번 반등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반짝 증가’에 그쳐 생산지표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실제 주력 제품인 반도체생산은 1월 5.7% 줄었다. 전자부품과 컴퓨터생산도 각각 2.8%, 28.7% 빠졌다. 김 심의관은 “산업생산이 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지만 최근 부진한 (경기)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출 부진에 쌓이는 재고도 경기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1월 제조업재고율(출하 대비 재고량)은 120.0%로 1998년 7월(124.3%)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반도체재고가 전월 대비 28.0%, 전년 동월 대비로는 39.5%나 증가한 결과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 주요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즉각 우리 경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중국 소비가 먼저 회복돼 생산이 늘면 그 후에야 반도체 경기도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일 수 있다”며 “우리 경제에는 시차를 두고 (중국 리오프닝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르면 하반기에나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떨어지는 소비 활력이 재고 조정 부담을 한층 키우고 있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1% 줄어 석 달째 뒷걸음쳤다. 의복 등 준내구재(-5.0%)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 모두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판매 부진은 1월 폭스바겐이 안전 삼각대 성능 문제로 전 차종의 출고를 중단한 것과 보조금 미확정 문제로 전기차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더해졌다.
소비의 또 다른 축인 서비스업생산도 불안하다. 전체 서비스업생산은 0.1% 늘었지만 소비심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숙박·음식점업은 0.3%,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6.4% 줄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5%대 고물가에 지난해 고강도 긴축의 여파가 올해 본격 반영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가 4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20년 2~5월 이후 처음이다. 위태로운 경기 흐름에 투자심리도 위축되면서 1월 투자는 1.4% 줄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기업 심리 위축,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도체 등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조속히 입법화하고 기업 현장의 애로를 신속하게 해소해 수출과 투자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