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352820)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지분을 사들이면서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엔터 자회사 지분을 총 700억 원에 매입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주도하는 ‘나무 심기’에도 향후 10년간 총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계약한 사실이 최근 알려진 바 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에게 꼼수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주며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가 2일 입수한 하이브와 이 전 총괄 간 주식매매계약서(SPA)에 따르면 하이브는 SM엔터의 자회사인 드림메이커와 SM브랜드마케팅 등의 이 전 총괄 지분을 총 7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 소유의 자회사 지분을 함께 매수하는 것은 지난달 양측 계약 사실이 공개되며 알려졌지만 구체적 인수 금액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총괄과 자녀 등 특수관계인들은 드림메이커 지분 24.14%와 SM브랜드마케팅 지분 42.31%를 보유해왔지만 이들 기업은 모두 SM엔터가 최대주주로 포진해 있다. 드림메이커는 콘서트 제작 및 기획사고 SM브랜드마케팅은 공연 MD 제작과 유통을 맡아왔다. SM브랜드마케팅은 2021년 연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288억 원의 총자산을 보유한 회사다. 매출은 452억 원, 영업이익은 63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영업이익이 크지 않고 모기업인 SM엔터와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데다 이 전 총괄 일가의 지분만 하이브가 사주는 만큼 지분 가치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SM엔터가 두 자회사의 최대 지분을 이미 확보해 놓고 있어 이 전 총괄 측 지분을 인수할 필요도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하이브 측은 이 전 총괄의 자회사 지분 인수와 관련해 그가 ‘대승적 차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10일 하이브는 이와 관련해 “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당사와 이 전 총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M엔터는 20일 공개한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 영상에서 “하이브가 이 전 총괄로부터 두 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이번 딜을 통해 별도의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SM엔터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투자 업계도 하이브가 추가로 이 전 총괄에게 지급한 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주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달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인수하면서 주당 가치를 12만 원으로 적용했다. 이는 하이브가 최근 시장에서 SM엔터 지분을 공개 매수한 가격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번 자회사 지분 인수와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총 80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한 것이 드러나 ‘애초 발표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이 전 총괄 측으로부터 인수한 2개 자회사를 향후 SM엔터에 되팔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는 하이브가 회사의 적정 가치를 얼마로 책정하든 딜레마에 빠진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두 회사를 SM엔터에 비싸게 넘기면 SM엔터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고 싸게 넘기면 하이브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