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만 살 것 같았고, 맞들어야만 비로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 그 긴 터널을 청춘만이 지닌 찬란한 빛으로 헤쳐 나온 두 소녀가 있다.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1998년 처음 서로를 만난 두 소녀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의 우정이 지나가는 길들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배경 삼아 그들의 찬란했던 청춘을 그려낸다.
미소와 하은은 어린 시절 처음 만나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로 지내며 성장하지만 하은의 첫사랑인 진우(변우석)가 나타나며 그들의 사이에는 점차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두 소녀 사이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큰 파장을 일으킨다.
작품은 두 주인공이 어른이 된 현재와 소녀였던 과거를 교차시키며 서사를 풀어낸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반짝이는 청춘을 담은 과거, 서울을 배경으로 다소 팍팍한 인상이 드러나는 현재는 관객들에게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러닝타임이 길어지며 더욱 극명해지는 이 대비는 두 주인공 사이의 거리감을 드러낸다.
"난 너 없이 아무것도 아냐. 근데 우리 왜 이렇게 된 거야?"
청춘은 유약하다. 어떤 일에도 굳세게 버틸 것 같다가도, 사소한 일에 속절없이 휘청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진우라는 남자,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비롯된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 두 소녀에게는 오해가 일만 한 일들이 발생한다. 섬세한 감정을 지닌 그들에게는 말보다는 사소한 행동이, 시선을 이끄는 물건 하나조차 서로에게 상처의 이유가 되어버린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위할 줄은 몰랐던 그들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두 소녀는 치열하게 갈등하고, 성장한다. 이때 배우 김다미와 전소니의 연기 호흡은 빛을 발한다. 마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옷을 성급히 벗으려다 끝내 찢어발겨버리는 듯한 신에 담긴 그들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사랑하면서도 끝내 미워하지만 결국엔 포옹하는 두 마음을 표현해낸다.
기억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끝내 간절해지는 추억이 있다. '소울메이트'는 관객들에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가던 그 시절, 내 몸처럼 가깝다가도 문득 지구 반대편의 타인처럼 멀리 느껴졌던 인연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뒤에 우리들에게 남겨진 한 가지 질문을 곱씹게 한다. “그들이 남긴 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기억이며, 인연이며, 우정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