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수익률 역대 최악…‘더 내는’ 연금 개혁 서둘러라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지난해 역대 최악으로 떨어졌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일 지난해 연금기금의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1년간의 기금 손실액만 79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 4660억 원에 그쳤다. 기금 적립금이 쪼그라들면 연금 고갈 시점도 한층 앞당겨진다는 점에서 기금 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런데도 국회는 연금 개혁을 시도하는 척 시늉만 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7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올해 4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저울질하다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내면 국회가 받아 최종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에 떠넘겨버렸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도 2일 전체회의에서 국회에 제출할 최종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연금 개혁 초안’ 대신 그간의 논의 내용을 종합한 보고서만 내기로 했다. 현 정부에서도 연금 개혁이 계속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했다. 기금 지출이 수입을 웃도는 시점은 2041년으로 예상했다. 적자 발생 시점이 먼 미래 같지만 불과 18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대로 가면 1990년대생부터는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1999년 이후 그대로다. 소득 대체율은 40%다.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세계적 추세인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구조로 바꿀 수밖에 없다.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높여 12년 뒤인 2036년까지 15%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16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해 수익률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지속 가능한 연금 체계 마련을 위해 여러 갈래의 공적 연금 통합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인기 없는 정책이라고 뒤로 미루지 말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뚝심을 갖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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