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스몰라이센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카드·증권·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은행 업무 허용 등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다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권에 실질적인 유효경쟁을 촉진하는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의 과정에서 각 업권 간 득실만 반영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3일 금융 당국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을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금융 당국과 민간 전문가를 비롯해 은행연합회,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전 금융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22일 개최된 TF 킥오프 회의에 이어 진행된 1차 실무 회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신규은행 추가 인가’,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신규은행 추가 인가의 경우 스몰라이센스, 소규모특화은행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김 부위원장은 “신규 플레이 진입 과제의 경우 진입하려는 주체가 있는지 여부 등 실효성 측면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부문에서는 각 업권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대안들이 주로 논의됐다.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결제 겸영 허용, 은행의 중기대·서민금융 취급 비중 확대, 비은행의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 업무 범위 확대 등이 거론됐다.
김 부위원장은 관련해 “구체적인 경쟁의 모습과 그 효과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협회와 연구기관에서는 다음 번 회의에 이를 분석해 보고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증권사 법인 결제 허용 등 비은행권 업무 영역 확대의 경우 과거처럼 업권 간 이해관계 측면이 아니라 국민의 효용 증진, 즉 은행권 경쟁 촉진과 함께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며 “업무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충분한 건전성과 유동성, 소비자 보호 체계가 잘 갖춰진 금융사에 한해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부위원장은 현재 은행으로 제한된 암호화폐 실명계좌 발급 가능 금융회사를 증권사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경쟁 촉진보다는 자금세탁 가능성 확대 등 금융 안정 측의 문제가 더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이날 회의를 통해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를 기존 신규 취급액 기준 공시에서 잔액 기준 공시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중금리의 과도한 상승폭을 완화할 수 있는 지표 및 상품 개발 검토, 현행 금리 산정 체계에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는지 여부 등도 점검할 방침이다. 성과 보수 부문에서는 ‘세이 온 페이(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투표권)’, ‘클로백(성과급 환수)’, 보수위원회 기능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 측은 “오는 8일 제2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하고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과제별로 구체적인 경쟁의 모습과 효과, 실효성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며 “이달 중 개최될 제3·4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는 성과보수와 관련된 은행권 현황을 집중 점검, 논의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