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은 국내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쉬운데 가려워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는 아이를 보면 부모들의 마음도 괴롭다. 생후 2개월된 신생아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아토피피부염 발병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안강모·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도널드 륭·예브게니베르디세프 미국 내셔널 주이시 헬스(National Jewish Health)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아토피피부염 관련 피부의 지질 바이오마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2세 이전에 아토피피부염이 발병할지 여부를 생후 2개월에 조기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피부에 이상이 없는 생후 2개월 영아 111명의 팔에서 테이프로 피부 각질층을 채취하고 피부 지질 구성과 사이토카인(세포 간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분석한 뒤 생후 24개월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하기 이전인 생후 2개월에 이미 피부 지질 구성과 피부에서의 사이토카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관찰했다. 특히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으면서 피부의 '인터루킨-13'과 '26대1 불포화 스핑고미엘린'(unsaturated sphingomyelin)이 높고 '단백질 결합 세라마이드'가 낮은 경우 아토피피부염 발생 가능성이 54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 각질층을 채취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가족력, 피부 지질 변화, 사이토카인 발현 등을 병합해 분석하면 향후 아토피피부염의 발생 예측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안강모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병을 예측하면 조기 개입을 통해 환자의 고통을 줄일 뿐 아니라 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질병의 진행을 막고 향후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진료의 기반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후원을 받아 진행된 것으로,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임상면역학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