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킹산직' 잡자"…수험서 불티에 서버도 한때 먹통 [Biz 플러스]

◆현대차 생산직 10년만에 공채
고졸 이상, 연령·성별 제한없어
타 업종 생산직·공무원까지 들썩
미래 모빌리티 이해가 합격 관건
현대重 "인력 빠져나갈라" 우려

현대차 울산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올 상반기 생산직 신입 사원 공채 지원 접수를 하는 첫날부터 사이트에 대기 인원이 폭발했다. 연초부터 10년 만의 현대차 생산직 채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직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결과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직장인 만큼 다른 업종의 생산직은 물론 공무원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3시 현재 현대차 채용 포털 사이트에는 2만 명이 넘는 인원이 접속을 대기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면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한 번에 지원이 몰릴 경우 사이트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 일정 시간 기다리도록 설정했다. 사이트에서는 오전 9시 전부터 대기 인원이 발생했다. 채용 공고가 뜨기 전부터 열풍이 불며 교보문고의 2월 마지막 주 ‘취업·수험서’ 카테고리 베스트셀러 1~3위는 모두 현대차 생산직 채용 대비 서적이 차지했다.


현대차는 이번에 4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이번 채용을 ‘모빌리티 기술 인력 채용’으로 규정하고 차량 전동화 및 제조 기술 혁신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 실제로 현대차는 자기소개서 첫 번째 항목으로 ‘자신이 모빌리티 기술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와 남들과 차별화된 본인만의 강점을 기술해주십시오’를 선정했다.


현대차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만 갖추면 연령과 성별 제한 없이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른바 ‘무스펙 채용’을 통해 현대차그룹 미래에 맞는 다양한 인재를 찾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채용에서는 현대차의 전동화 전환 등 나아갈 방향을 얼마나 잘 숙지하고 있는지가 합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공채 절차에 돌입하면서 지원자가 1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은 9600만 원(2021년 기준)에 달하고 통상 만 60세 정년이 보장된다.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으며 차량 구매 혜택 등 복지후생도 뛰어나다. 또한 근무 강도가 화학이나 조선 등 다른 업종에 비해 다소 낮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차는 대규모 지원을 고려해 면접 전형을 총 2개 차수로 진행하기로 했다. 3월 말 서류 합격자 발표 이후 1차수는 4월부터 6월 초까지, 2차수는 5월부터 6월 말까지 각각 실시된다. 차수별 1차 면접, 인적성검사, 2차 면접, 신체검사 등을 거쳐 7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며 9~10월 중 현장에 신입 사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채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0년 만에 실시하는 기술직(생산직) 신입 사원 채용인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아래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또한 올 1월 이례적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이번 채용에서 청탁·압력·금품 제공은 있을 수 없다. 비리 연루자를 일벌백계하겠다”며 청탁 사절을 공개 선언했다.


산업계는 현대차의 생산직 채용이 미칠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울산공장의 이웃인 현대중공업은 매우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각종 자격증과 경력이 있어 현대차 생산직 입사에도 일부 이점이 있을 수 있다”며 “조선소에 가뜩이나 젊은 인력이 없는데 현대차로 인력이 빠져나가면 현장 분위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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