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따른 수혜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스템반도체 디자인하우스인 세미파이브에도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LB인베스트먼트·SV인베스트먼트 등은 최근 세미파이브에 700억 원 규모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세미파이브의 투자 유치 목표가 600억 원임을 감안하면 벌써 이를 뛰어넘는 자금이 모인 셈이다. 이들 외에도 한국투자파트너스프라이빗에쿼티(PE)·신한투자증권 등도 세미파이브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무적투자자 외에 시스템반도체 분야 진출을 확대하려는 대기업 역시 전략적 투자 차원에서 세미파이브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 후 기준 세미파이브의 기업가치를 4500억 원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리즈 C단계인 이번 투자 유치가 끝나면 세미파이브는 창업 4년 만에 총 2000억 원을 투자받게 된다. 산업은행은 세미파이브의 잠재력을 보고 시리즈 A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2019년 조명현 대표가 창업한 세미파이브는 데이터를 해석·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 공정에서 설계와 제조 과정을 연결하는 디자인하우스 기업이다.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디자인솔루션 협력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업계 후발 주자이지만 세솔반도체 등 국내 동종 업계 기업 3곳과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업 기반을 닦았다.
세미파이브는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가 설계한 코드를 파운드리가 찍어내는 도면으로 바꾸는 작업에 플랫폼 기능까지 더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설계·제조 간 단순 가교 역할만 하는 다른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세미파이브는 모듈 등 제조 플랫폼도 제공하기에 전체 공정 효율화, 일괄 수주를 꾀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반도체라도 공통 부분을 재사용할 수 있게 해 칩 개발 비용과 기간도 50% 가까이 줄였다. AI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고도화되는 흐름은 팹리스 설계 능력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세미파이브에 호재로 꼽힌다.
세미파이브의 매출은 2019년 10억 원에서 2020년 19억 원, 2021년 96억 원으로 증가했다. 아직 사업 초기라 영업손실은 2019년 14억 원에서 2021년 209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14억 원에서 235억 원으로 각각 늘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챗GPT의 등장으로 AI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미파이브가 설계 기능까지 갖춘 덕분에 앞으로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