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사진)’가 국영 투자가들로부터 9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YMTC는 지난해 말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중국이 글로벌 수요 둔화와 미국의 제재로 이중고를 겪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를 인용해 최근 중국 국영 투자가 3곳이 YMTC에 490억 위안(9조 2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YMTC의 등록 자본금은 1050억 위안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투자가 중에는 중국 정부가 2014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도 포함됐다. 대기금의 YMTC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로 투자 금액은 129억 위안이다. 대기금 외에 창장산업투자·후베이창성개발 등 후베이성 기반의 국영 투자회사들도 참여했다. SCMP는 “YMTC에 대한 추가 투자는 미국과의 기술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잡겠다는 야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YMTC는 2016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후베이성 우한에 설립된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며 한때 애플과 낸드 메모리 공급 계약 협상을 추진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8년 처음으로 32단 낸드플래시를 내놓은 데 이어 2020년에는 12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맹추격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의 수출 통제 명단에 오르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 나우라테크놀로지(베이팡화창)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은 기존의 70%로 급감했고 올해 1월 전체 인력의 10%를 내보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일본·네덜란드 등 동맹국까지 끌어들이며 중국에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