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학폭 미투('나도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것)’ 현상에 외신까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유명인사가 원하지 않는 관심: 괴롭힘 고발’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의 학교폭력 미투 현상을 다뤘다. NYT는 “20년 동안 학교 폭력과 ‘왕따’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한국의 문화에서 점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대표 학교폭력 사례로 야구선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것,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것 등을 들었다.
NYT는 한국인들이 학교폭력 폭로에 따른 사회적 매장을 정의로운 징벌로 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미국 앨라배마대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김지훈씨는 “많은 한국인은 학교폭력이 피해자의 삶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과거의 일에 대한 대가로 경력이 훼손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사적 처벌’에 관대한 이유에 대해 학교의 공적 처분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활동을 하는 노윤호 변호사는 “미국에서 학교폭력은 정학, 퇴학 처분을 종종 받지만 대부분의 한국 학교들은 사회봉사나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다만 NYT는 학창 시절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인생 전체를 재단당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학교폭력 폭로가 주로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이뤄지는 탓에 진위확인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