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4% 밑으로 내려가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97%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61%, 1.17% 뛰었는데요. 이날 10년 물 국채금리가 어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발언의 영향이 이어지며 오전 한때 3.981%까지 하락했습니다. 예상보다 강한 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다시 4.02%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완화 분위기가 유지되면서 3.96%대까지 내려왔죠.
월가에서는 3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놓고 이날도 많은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국제유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연합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할 수 있다는 보도에 장중 3%가량 빠졌다가 UAE 측이 이를 공식부인하면서 1.52달러(1.94%) 오른 배럴당 79.68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오늘은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2월 서비스업 PMI부터 잠깐 알아보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내놓은 2월 서비스업 PMI가 55.1로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54.5를 웃돌았는데요. 전달(55.2)보다는 0.1포인트 떨어졌지만 생각보다는 좋았던 겁니다. 기업활동 지수는 전달 60.4에서 56.3으로 하락했지만 고용지수는 50.0에서 54.0으로 상승했는데요.
같은 기간 신규 주문이 60.4에서 62.6으로 2포인트 이상 올라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고용지수도 4포인트 오른 54로 1년 여 만에 가장 높았는데요. 전반적인 서비스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영향을 주겠죠. 오전10시 서비스업 PMI가 나온 뒤 미 국채금리가 잠시 반등한 것도 이런 해석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했습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파이낸셜 서비스 디렉터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이 금리인상폭을 낮춘 이후에는 다시 높은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짚은 뒤, “만약 다시 속도를 내 0.5%p로 되돌아 간다면 이는 시장에 연준이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가 말하는 실수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계속 오판하고 있으며 결국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뜻합니다. 이 경우 시장은 큰 혼란이 불가피하겠죠.
캐신의 생각은 그동안 알려진 연준 내 주요 인사들의 생각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는 “다만, 연준이 (긴축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며 “0.25%p를 세번, 혹은 많으면 네번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4.50~4.75%니까 3월을 포함해 0.25%p를 세번 하면 5.25~5.50%, 네번이면 5.50~5.75%가 됩니다. 최종금리에 대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어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죠.
다만, 이날 서비스업 PMI도 예상을 웃돌았듯 연준 안팎에서 3월 0.5%p 인상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연준은 3월에 0.5%p 인상을 위한 문을 활짝 열어야만 한다(wide open)”며 연준이 또 다시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그는 △CPI 계절조정 뒤 지난해 말 인플레 수치 일부 상승 △1월 CPI 가속화 △PCE 수치도 상승 △1월 경제지표, 강한 경제 가르킴 △임금지표 더 이상 기대한 만큼 감소 안 함 △10년 국채금리 다시 4% 돌파 등 6가지 이유로 연준의 연착륙 주장의 근거가 훼손됐다고 밝혔습니다.
서머스 전 장관뿐만이 아닌데요. 어제 늦게 공개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보면, 퍼먼 교수는 “노동시장과 임금데이터를 보면 연준은 다음 회의에서 0.5%p 인상으로 복귀해야 하며 최종금리를 6%에 가깝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어떤 한 번의 데이터에 과도하게 반응해서는 안 되지만 연율 기준 3개월 근원 인플레이션이 2.9%에서 4.7%로 뛰어오를 때는 주목해야 한다”며 “데이터가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다음 회의에서 0.5%p를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과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연준이 뒤쳐져 있다(behind the curve)”고 강조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퍼먼 교수까지 나서 3월 0.5%p와 최종금리 인상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석학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쉽게 넘길 내용은 아닙니다.
물론 아직 데이터를 더 봐야 합니다. 10일에 나올 2월 고용과 14일로 예정된 CPI가 대표적인데요. 서머스 전 장관도 이들 지표를 더 봐야 한다고 했죠.
일단 블룸버그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 중앙값을 보니 전년 대비 6.0%, 전월 대비로는 0.4%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1월에는 6.4%, 0.5%였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은 각각 5.4%(1월 5.6%), 0.4%(1월 0.4%)로 나옵니다. 아직 예상 기관이 4~9개로 적지만 근원 물가에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날 처음으로 단말기에서 데이터가 업데이트된 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 예상치는 1070만 개로 지난해 12월(1101만2000개)와 비교해 약간 둔화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입니다. 2월 비농업 일자리는 여전히 20만 개 증가로 예상되는데요. 지금으로서는 실업률(3.4%)과 전월 대비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0.3%), 경제활동참가율(62.4%)이 모두 1월과 같을 전망이어서 강력한 노동시장도 이어집니다.
참고로 다우존스는 2월 비농업 일자리가 22만5000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에 20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 수치는 연준 입장에서 보면 아직 너무 높다. 연준은 일자리가 10만 개 이하로 증가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5분 현재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금리인상 확률이 69.4%, 0.5%p는 30.6%인데요. 큰 진전없는 CPI와 강한 고용은 적정 금리를 둘러싼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 데이터 전에 연준 지도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이벤트가 다음 주에 있다는 점인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 동부시간으로 7일 오전10시(한국 시간 8일 0시)에 미 상원, 8일 오전10시 하원에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합니다.
의회 증언을 앞두고 연준이 내놓은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겠다는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일 수 있게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얘기이므로 실제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어떤 대답을 하느냐가 중요할텐데요.
서머스 전 장관은 “다음 주 의회 청문회에서 (시장의) 기대를 재설정하고 증가하는 신뢰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데이터를 더 봐야 하지만 최소한 이 자리에서 0.5%p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죠. 파월이 이와 관련해 어떻게 발언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아트 캐신 UBS 디렉터도 앞선 CNBC 인터뷰에서 어제의 증시 반등이 아마도 다음 주 화요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은 서머스가 지목한 파월이 상원 회의장에 서는 날인데요. 이날 시장의 단기 흐름이 결정될 수 있겠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연준 의장의 발언과 대답은 종종 연준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더 잘 보여준다”고 했는데요.
다만, 해석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와 달리 시장이 제멋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건데요. 파월이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긴 하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은 언제나 그렇듯 시장을 움직일 것이며 시장은 이를 매우 단순하게 해석할 것”이라며 “비둘기파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을 주면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매파적 요인은 듣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추가로 연준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2022년 4분기를 비교해 노동공급 부족분이 약 350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기은퇴 및 간병과 아이돌봄을 위해 노동력을 완전히 떠난 이들이 210만 명,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사망이 50만 명, 이민 감소분이 9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요.
보고서는 “고령화 때문에 은퇴인구가 크게 감소하기는 어려우며 노동참여율은 계속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며 “젊은층의 참여율 증가가 가능하나 전체적인 노동공급 부족을 완만하게 해주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쉽게 말해 노동력 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우며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뜻이죠. 여러 지표와 전망이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2분기 이후 고용시장이 급격히 축소할 수 있다는 예측은 경기침체, 반대로 연준 보고서처럼 계속해서 타이트할 수 있다는 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연착륙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를 키웁니다.
프리야 미스라 TD 증권의 금리전략 글로벌 헤드는 “연준이 금리를 더 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으며 그것이 최근에 국채금리가 올랐던 이유”라며 “(개인적으로는)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도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가지 않고 있으며 이는 더 많은 금리인상을 의미할 수 있다”며 “미국의 소프트랜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짓고 있는 제2 본사 건설사업 가운데 2단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점도 좋은 소식은 아닌데요.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월가는 S&P500 기업 기준 어닝이 전년 대비 △1분기 -5.9% △2분기 -3.8% △3분기 2.9% △4분기 9.6% 등으로 보고 있는데요.
증시가 지속 가능하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근본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융유 마 BMO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전략가는 “지금 시점에서 주식은 채권금리에 매우 민감하다”며 “시장에는 앞으로 나올 고용과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불안함이 있다. 데이터가 하락하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는데요.
반면 월가의 영원한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2월 중순 이후의 주식시장의 약세가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곧 증시가 강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는데요. 3월과 4월에 걸쳐 오름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WSJ은 레피니티브 자료를 인용해 미국 국내 주식형 펀드가 최근 9주 연속 자금유출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는데요. 2016년 6월 이후 최장 기간이라고 합니다. 투자심리가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데요. CNBC의 베테랑 시장 담당기자인 밥 피사니는 “시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인질”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 같은데요.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 알기 위해서는 7일에 있을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부터 잘 따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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