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새 국면…러 “동부 바흐무트 사실상 포위”

러 용병기업 와그너그룹 수장 “젤렌스키, 철수 지시하라”
우크라 일부 부대 철수 및 후방에 새 방어선 구축 정황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의 한 건물이 불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승전보를 이어가던 우크라이나에 제동이 걸렸다. 최대 격전지 동부 도네츠크의 바흐무트가 8개월이 넘는 공방 끝에 수세에 몰리며 러시아의 점령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SNS 영상을 통해 "와그너그룹이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며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단 하나의 도로만 남아있다"고 과시했다.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해당 지역에서 철군을 지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돌려 우크라이나 포로로 추정되는 3명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철수를 요청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결단을 종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바흐무트 일대의 전선을 재편성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바흐무트의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지휘관인 로베르트 브로우디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의 부대가 즉시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바흐무트 서쪽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나자렌코 우크라이나 방위군 부사령관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전투가 24시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흐무트에서 우리 임무는 그들에게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우리 영토 1m마다 그들에게 수백 명의 희생을 치르게 할 것"이라며 “그러나 러시아는 공격 과정에서 입는 손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러시아의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FP 연합뉴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가장 어려운 곳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흐무트다. 러시아는 숫자에 상관하지 않고 군인들을 계속 보내 우리 진지를 공격하고 있다"며 바흐무트 전황이 쉽지 않음을 토로한 바 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부터 이곳을 공략한 지 약 8개월 만에 점령을 목전에 두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잃은 막대한 병력만큼의 전략적 가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쟁 전 7만여 명에 달하던 이곳 인구는 이제 불과 4500명 수준으로 줄었고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차지하더라도 주변 지역이 이미 요쇄화된 상황에서 동부 전선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흐무트에는 현재 적게는 5000 명에서 많게는 1만 명의 우크라이나 병력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바흐무트에 지원군을 증파했으며 이를 두고 주둔 중인 병력의 안전한 철수를 돕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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