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플러스] 비싼 배들로 속속…연초부터 11조 쓸어 담은 K-조선

LNG선 등 선별수주 전략 통해
8년만에 흑자전환 기대감 커져
올 수주 48척 중 11척이 LNG선
메탄올 추진선 주문서도 계속 늘어
경기침체 심화·인력 부족이 걸림돌

메탄올 추진 PC선. 사진 제공=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가 연초부터 고가 선박을 잇달아 계약하면서 수주 실적이 두 달 만에 10조 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경기 침체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주춤해졌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고부가 일감을 선별 수주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조선 빅3, 두 달 새 11조 원 수주

5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조선 3사의 선박 수주 금액은 총 83억 5900만 달러(약 10조 8750억 원)로 올해 수주 목표액(320억 달러)의 4분의 1 이상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까지 61억 1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의 38.8%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도 20억 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받아내 목표액의 21%를 채웠다.


이 같은 고부가 선박 수주 전략에 따라 올해 조선 3사가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조선 업계의 수주 랠리가 시작된 2021년 이후의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전방 산업인 해운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최근 해운 운임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 압박을 받은 선주들이 발주를 보류할 수 있어서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조선사들이 이르면 상반기 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저하고’로 예상된 경기 턴어라운드 속도에 따라 실적치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비싼 친환경·고부가 선박만 선별 수주

최근 국내 조선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 ‘고부가’ 선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값비싼 선박’이 수주 행진을 이끌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 조선 업계가 기나긴 적자 터널을 뚫고 흑자 전환을 예고하는 배경에도 고부가 선박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국내 조선 3사가 올 들어 수주한 48척의 선박 중 LNG 운반선은 11척에 이른다. LNG 운반선은 한국이 전 세계 발주량의 80%가량을 수주하고 있는 효자 선박이다. 올해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격도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조선해양은 이달 2일 북미 지역 선사와 LNG 운반선 3척을 1조 78억 원에 계약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LNG 운반선과 함께 대표적인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선박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HMM이 발주한 선박 7척을 수주했는데 모두 메탄올을 주 연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이었다. 메탄올 추진 선박은 일반 선박과 비교해 15%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 노후화까지 겹치면서…배 값도 14년래 최고

전 세계 노후 선박들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점도 조선 업계에는 유리한 대목이다. 영국 해운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64.3으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수요가 선박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선가가 높아질수록 가격 협상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조선 업계는 신조선가가 낮았던 시기에 수주한 선박들의 건조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제값을 받는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 앞으로 수익성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 3사가 올해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조선 업계 수주 효과는 통상 2년 뒤에 나타나는데 올해가 바로 2년 전 수주랠리의 효과가 본격화되는 때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556억 원 적자를 냈던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조 원에 가까운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이어온 적자 행진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해운 운임 급감…전방 시장 수익성 악화는 우려

다만 경기 침체 심화와 고질적인 국내 조선업의 인력 부족 등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방시장인 해운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은 각국 정부가 공급망을 최대한 줄이고 자국으로 생산 기지를 유치하면서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운임이 급락하자 급기야 선박 운항 일정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사의 수익성 악화는 선주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결국에는 신규 선박 발주를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이 2200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지난해 4280만 CGT와 비교해 크게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질적인 조선소의 인력 부족도 걸림돌이다. 일감 부족과 인력 부족 등으로 지난해 조선 업계의 건조(인도)량은 전년 대비 25.7% 감소한 바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중점적으로 수주하고 있는 LNG선은 가장 노동력을 많이 요구하는 선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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