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를 성실히 납부하면 신용평가 점수가 올라갈 길이 열렸다.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가 신용평가사와 손잡고 개인 신용평가 합작사를 만들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GI서울보증보험의 개인 신용평가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한다고 6일 밝혔다. 합작회사는 금융위원회의 전문 ‘개인신용평가업(비금융 전문 CB)’ 허가를 받은 뒤 통신정보와 연계한 비금융 개인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주로 개인의 금융 거래 이력을 토대로 신용점수를 산정하고 이에 따라 대출 금리·한도 등을 결정한다. 신용카드 대금 납부, 대출 상환 등의 금융 서비스 이용 실적이 적은 사회초년생·주부·노년층 등이 불리한 평가를 받는 구조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이들(Thin Filer)이 더 나은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통신·쇼핑·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모빌리티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는 전문 개인신용평가업을 도입했다. 2020년 시행된 개정 신용정보법은 금융기관이 아닌 회사도 전문 개인신용평가업에 대해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진입 규제를 완화했다.
이통 3사와 KCB·SGI서울보증보험 합작회사가 금융위의 허가를 받으면 두 번째 비금융 전문 CB사가 된다. 기존에는 모바일 앱 이용 패턴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크레파스솔루션이 출범한 바 있다.
공정위는 5개 회사의 합작회사 설립이 개인 신용평가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개인신용평가업은 나이스(NICE)평가정보와 KCB가 각각 시장점유율 70%, 27%에 이르는 과점 체제를 장기간 유지해왔다.
경쟁 관계인 이동통신 3사가 대등한 지분을 갖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작회사 지분은 SK텔레콤·KT·LGU+가 각각 26%, KCB와 SGI서울보증보험이 11%씩 보유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금융 개인신용평가업 시장은 아직 태동기이므로 금융 정보를 보완할 다양한 비금융 정보 간 경쟁이 가능하다”며 “금융 정보 위주의 독과점적 개인 신용평가 시장에 새로운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용 소프트웨어(ERP)를 제공하는 업체인 더존비즈온(012510)(지분 46%)과 신한은행(45%)·서울보증보험(9%) 등 3개 사가 기업신용 조회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승인했다. 합작회사는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인사·회계·영업·세무 등 비재무 정보를 기업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이를 토대로 중소기업 여신 사업 등을 추진한다.